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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8년 전 악몽 생생한데…일본은 왜 오타니를 한국전 마운드에 세우지 않을까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3-03-05 11:11 | 최종수정 2023-03-05 11:13


[WBC]8년 전 악몽 생생한데…일본은 왜 오타니를 한국전 마운드에 세우…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2015 프리미어12, 한국 야구는 일본이 내놓은 프로 3년차 투수에 말 그대로 쩔쩔 맸다.

조별리그 B조 첫 경기에서 6회까지 단 2안타를 뽑아낸 반면, 삼진 10개를 당했고, 준결승전에서도 7이닝 동안 단 1안타(1사구)를 뽑아낸 반면, 삼진 11개를 당했다. 평균 155㎞, 최고 160㎞가 넘는 강속구에 방망이는 허공을 가르기만 했다. 그해 일본시리즈 MVP에 올랐던 이대호는 준결승 첫 타석을 마친 뒤 "저 공은 못 친다"고 자조할 정도였다. 이후 '기적의 9회'에 4득점 빅이닝을 만들며 승리했으나, 여전히 그의 투구는 한국 야구에 또렷하게 남아 있다.

역대 최고의 아시안 빅리거로 꼽히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는 여전히 한국 야구에 '충격과 공포'의 존재다.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과 맞붙는 일본. 이번엔 오타니 선발 카드를 쓰지 않을 듯 하다.

복수의 일본 현지 언론들은 구리야마 히데키 일본 대표팀 감독이 오는 10일 도쿄돔에서 펼쳐질 한-일전에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선발로 낙점했다고 전하고 있다. 본선 1라운드 B조 첫 경기인 중국전에 오타니를 내보내고, 이후 다르빗슈-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마린스·체코전)-야마모토 요시노부(야쿠르트 스왈로스·호주전)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

다르빗슈는 14년 전인 2009년 WBC 결승전에서 한국 타선을 상대한 바 있다. 일본이 3-2로 앞선 9회말 등판한 다르빗슈는 2사 1, 2루에서 이범호에 동점 적시타를 내줬으나, 일본이 2점을 추가해 다시 앞서간 연장 10회말 리드를 지키며 승리 투수가 된 바 있다. 다르빗슈는 이후 빅리그에 진출, 현재에 이르고 있다.

다르빗슈도 오타니 못지 않은 강력한 투수. 빅리그 진출 후 5번이나 두 자릿수 승수를 따냈다. 2022시즌엔 샌디에이고에서 16승을 거두며 빅리그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최고 95마일(약 153㎞)의 커터, 커브만 3가지 형태(일반, 슬로우, 너클)로 던질 수 있는 투수다. 다만 한국 타선을 윽박질렀던 오타니에 대한 공포감에 비할 바는 아니다.

오타니의 중국전 등판도 물음표를 달게 할 만하다. B조 최하위 전력으로 꼽히는 중국을 상대로 '넘사벽급'인 오타니를 내보내는 건 낭비처럼 비춰질 정도다.


일본은 이번 대회 우승을 꿈꾸고 있다. 2006~2009 대회에서 잇달아 우승을 차지했으나, 2013년 준결승에서 푸에르토리코, 2017년 준결승에서 미국에 덜미를 잡히며 3위에 머물렀다. '역대 최강 멤버'로 꼽히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되찾아오겠다는 의지에 불타고 있다.

선발 투수의 투구수(최대 65개) 및 의무 휴식(4일) 제한이 걸려 있는 이번 대회에서 오타니는 중국전에 등판하면 본선 1라운드 남은 일정을 건너 뛴다. 일본은 본선 2라운드 진출 시 16일 도쿄돔에서 A조 1~2위와 준결승행(2라운드 2경기)을 다투는데, 이 경기부터 등판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은 본선 2라운드 대신 20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파크에서 열리는 준결승전(2라운드 2경기-4경기 승자)에 등판시킬 것으로 보인다. C~D조 수위로 준결승행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 도미니카공화국 등의 맞대결에 가장 확실한 카드인 오타니를 활용해 결승행을 이루는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에 대한 일본 야구의 자신감도 읽힌다. 일본은 2019 프리미어12와 2020 도쿄올림픽까지 한국에 3연승 중이다. 다르빗슈가 빅리그에서 보여준 퍼포먼스, '역대 최강'으로 평가 받는 전력, 홈 이점 등 다양한 요소가 오타니 카드를 아끼는 선택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오타니가 아예 한국전에서 휴식을 취하진 않는다. 오타니는 이번 대회에서 빅리그처럼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일명 '이도류'로 대회를 치른다. 빅리그에서 홈런 경쟁을 펼치는 '타자 오타니'는 한국에 또 다른 공포를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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