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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산(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훈련 중인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한 에이전트는 최근까지 대표팀 숙소에 머물렀다. 이 에이전트는 '소속 선수들을 체크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대표팀과 같은 숙소를 사용했다. KBO나 대표팀 지원 없이 순수 본인의 비용을 지출해 숙소를 예약했다고 한다. 대표팀 훈련장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 에이전트는 KBO리그 유수의 선수를 보유한 대형 에이전시 소속이다. 국내에선 이른바 '슈퍼 에이전트'로 불린다. 이번 대표팀에도 상당수 선수들이 포함됐다. 시즌 준비에 돌입한 선수들과 만나 불편하거나 필요한 점이 없는 지 체크하는 것은 에이전트의 당연한 업무. 먼 미국까지 날아와 에이전시 소속 선수를 챙기며 자신의 업무에 충실한 것은 응당 칭찬받을 일이다.
한국 야구는 2013~2017 WBC에서 잇단 참사를 겪으며 모두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2019 프리미어12 일본전 2연패, 2020 도쿄올림픽 노메달 수모 등 잇단 국제 대회 부진 속에 2023 WBC는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번 WBC에 참가한 대표 선수들의 부담감은 상당한 눈치. 코치진, 선수들 모두 '결집'을 외치는 이유다. '외부인'인 에이전트가 '에이전시 소속 선수 체크'를 위해 대표팀 숙소에 머문다는 건 불필요한 오해의 시선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KBO리그 대부분의 구단은 이달 초부터 스프링캠프 일정을 시작했다. 미국으로 건너온 팀들은 장거리 비행, 시차 적응 등을 위해 지난달 말에 현지에 도착했다. 2주 동안 각자 소속팀에서 훈련을 소화한 뒤 대표팀에 합류했다. 선수들과 소통하고 애로사항을 체크하기엔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었다.
에이전시 소속 선수가 한 자리에 모이는 대표팀 소집 시기가 비용, 시간 절약 면에서 최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이 시기에 대표팀 숙소까지 찾아가 머물 필요가 있었을까.
투산(미국 애리조나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