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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관심 없던 미국 왜 달라졌나, 주목해야 한다[SC핫포커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2-12-21 00:01 | 최종수정 2022-12-21 16:50


클레이튼 커쇼. AF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미국 야구 대표팀은 20일(이하 한국시각)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참가를 공식 발표했다.

'쇼킹'한 뉴스다. 아무리 커쇼가 옛날의 그 커쇼가 아니라고 해도, '커쇼까지' WBC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미국 대표팀이 '작정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 3월 열리는 WBC를 앞두고, 미국은 과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WBC는 MLB 사무국의 주최로 열리는 프로 대회다. 초대 대회였던 2006년에만 하더라도 미국 대표팀에 데릭 지터, 켄 그리피 주니어,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중심 타자로 출전할 정도로 세계적인 스타들이 나섰지만, 2회 대회부터는 스타급 선수들의 참여율이 뚝 떨어졌다. 언제나 국가대표에 진심인 한국, 일본은 가능한 한 최정예 멤버가 나섰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 점점 마이너리그 선수들 혹은 유망주급 선수들이 엔트리를 꾸리는 추세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변화가 놀라운 이유는 그동안의 분위기와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주장을 맡기로 한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을 비롯해 폴 골드슈미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무키 베츠(LA 다저스), 트레버 스토리(보스턴 레드삭스) 등 한 자리에 모이기도 힘든 올스타급 주전 야수들이 참가를 선언했다. 야수들의 라인업이 발표될 때까지만 해도 '역시 투수 엔트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정규 시즌 개막 직전인 3월에 열리는 대회라, 몸값이 비싼 S급 투수들은 참가를 꺼린다. 그게 WBC가 가지고 있는 치명적 약점이었다. 그런데 애덤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와 라이언 프레슬리(휴스턴 애스트로스), 로건 웹(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현역 빅리그 투수들에 이어 커쇼까지 참가를 결정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그간 WBC에 한번도 참가하지 않았던 커쇼가 이번 대회에 나선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이번 대회에서는 미국 못지 않게 메이저리거들이 즐비한 도미니카공화국이나 베네수엘라, 오타니 쇼헤이(에인절스)와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합류한 일본 등이 유력 우승 후보로 꼽히지만, 미국의 경우 그동안 대표팀에 대한 관심이 매우 낮았다는 것에서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메이저리그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2020~2021시즌 코로나19 팬프로스포츠 시장을 분석하는 '프런트오피스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올해 MLB는 팬데믹 직전 시즌인 2019시즌과 비교해, 전체 관중이 약 5% 가량 감소했다. 포스트시즌에서 '역대급' 명경기들을 선보이며 TV 중계와 온라인 스트리밍 중계 시청률은 성공적이었으나, 이미 주 팬층의 노쇠화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팬데믹으로 인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는 분위기다. NFL(내셔널풋볼리그), NBA(미국프로농구)에 밀리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기폭제가 필요한데, MLB 사무국과 선수노조는 WBC를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 보고 있다. 오랜만에 치러지는 국제 대회에서 '올스타' 라인업으로 출전해 우승을 차지한다면, 자연스럽게 관심을 더 끌어모아 정규 시즌 개막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보여진다.

사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한국 야구 대표팀 역시 이번 WBC 그리고 뒤이어 치르게 될 국제 대회 성적이 중요하다. 최근 국제 대회에서 실망스런 경기력과 태도 논란 등으로 적지 않은 '팬심'이 돌아선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는 곧 KBO리그에 직격탄을 날렸다. 야구 대표팀 그리고 WBC를 준비하는 KBO도 어느 때보다 큰 중압감 속에서 전장에 나서게 될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미국의 행보를 주목해볼 만 하다. 각 대표팀의 같고도 또 다른 상황들이 이번 WBC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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