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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떠나자 130억 투자, '30년 무관'의 본질 건드렸을까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2-11-30 14:38 | 최종수정 2022-11-30 16:31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가 9월 30일 대전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 9회초 고의4구를 얻은 뒤 대주자로 교체되자 관중석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이대호는 결국 우승 반지 하나 끼지 못하고 현역에서 물러났다. 그는 일본 프로야구 시절인 2014~2015년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재팬시리즈 우승을 이끈 경력이 있지만, KBO리그에서는 페넌트레이스 우승은 물론 한국시리즈 출전 기회조차 없었다.

KBO리그 17시즌 통산 2199안타, 374홈런, 0.309의 타율을 때린 대형 거포가 한 번도 정상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는 걸 '불운''이라고 해야 할 지 그동안 롯데의 행보는 논란의 중심일 수밖에 없었다. 롯데 자이언츠는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올해까지 30년 무관의 세월을 보냈다.

이대호와 함께 했던 롯데의 역사는 참으로 공교롭다. 7년의 암흑의 세월을 거친 롯데는 이대호가 슈퍼스타로 떠오른 직후인 2008~2012년까지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대호가 없던 시절을 포함해 2013~2016년까지 4년 연속 다시 침묵에 빠졌다. 그 뒤로 롯데는 이대호가 컴백한 2017년 페넌트레이스 3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라 준플레이오프를 치른 게 마지막 포스트시즌이었다.

이대호의 가을야구도 거기서 멈췄다. 이대호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또다시 인고의 세월을 보낸 끝에 결국 유니폼을 벗기로 했다. 이대호가 뛴 17시즌 중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오른 건 5번 뿐이다. 이대호는 준플레이오프 4번, 플레이오프 1번을 뛰며 포스트시즌 통산 22경기에서 타율 0.341(85타수 29안타), 5홈런을 기록했다. 여기엔 한국시리즈 기록이 없다.

이대호가 은퇴함에 따라 롯데는 '새 시대'를 맞게 됐다. '10년 대계(大計)'에는 우승과 프랜차이즈 스타 발굴이라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우승을 겨냥한 롯데의 오프시즌 보강 작업은 눈여겨볼 만하다. 강민호 이후 무주공산이나 다름없었던 포수 자리를 FA로 메웠다. LG 트윈스 출신 유강남을 4년 80억원에 데려왔다. 유강남은 수비보다는 공격형 포수에 가깝지만, 최근 5년 연속 900이닝 이상 마스크를 쓴 베테랑이다. 이 기간 도루저지율은 22.6%로 전체 평균 30.4%를 크게 밑돌고 블로킹에도 문제점을 드러냈지만, 방망이 솜씨로 자리를 다진 만큼 롯데로서는 확실한 주전 포수를 확보한 셈이다. 롯데 투수들과 얼마나 호흡을 잘 맞출 지는 알 수 없으나, 안정감 측면에서는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는 또한 일발장타력을 갖춘 전천후 내야수 노진혁을 4년 50억원에 영입했다. 롯데는 "좌타 내야수인 노진혁의 장타력을 높게 평가했다. 팀 내야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3루수와 유격수를 보는 노진혁의 가세가 이대호가 빠진 타순과 내야의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가 FA 시장에서 외부 영입에 100억원이 넘는 돈을 쓴 건 처음이다.

여기에 외국인 투수 2명의 면면이 기대감을 더한다. 찰리 반즈, 댄 스트레일리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반즈는 총액 125만달러(인센티브 5만달러 포함)를 받고, 스트레일리는 지난 8월 롯데로 유턴할 당시 40만달러, 내년 연봉 100만달러에 계약한 바 있다. 둘 다 어느 팀을 가든 1선발을 맡을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 최강 원투 펀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 타자 잭 렉스는 올해 후반기 합류해 56경기에서 타율 0.330, 8홈런, 34타점을 올린 덕분에 130만달러(인센티브 10만달러 포함)에 재계약했다. 외국인 3인의 면면이 가장 돋보이는 팀이라는 평가다.

절대적 존재 이대호의 은퇴가 롯데의 투자 기조로 이어진 게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 '포스트 이대호' 시대의 첫 시즌, 롯데는 30년 한(恨)을 풀 수 있을까.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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