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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2월 스프링캠프를 시작으로 9개월간 달려온 대장정이 이제 한국시리즈만 남았다.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가 한해 농사의 마지막 수확을 두고 다툴 시간, 때아닌 'FA 폭풍'이 몰아칠 기세다.
리코는 2014년 김현수(LG 트윈스)의 에이전트를 맡으며 업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고, 2020년 안치홍의 롯데 FA 이적 당시 2+2년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구 팬들에게도 널리 이름을 알렸다. 이는 비FA 다년 계약의 문을 연 한수이기도 했다.
양의지(4년 125억원) 허경민(7년 85억원) 우규민(4년 65억원) 이재원(4년 69억원) 박건우(6년 100억원) 등의 계약도 이뤄냈다. 현역 최고 스타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역시 리코 소속. 때문에 메이저리그 유명 에이전트의 이름을 빌려 '한국의 스콧 보라스'라는 별명도 붙었다.
이 같은 주장에는 선수협의 의지도 담겨있다. 선수협 관계자는 "프로 선수가 원하는 에이전시와 계약할 수 없다는 건 권리 침해다. 여러차례 KBO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가처분 신청이 부득이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KBO 측은 "선수인원 제한 규정 철폐를 건의해온 건 올해 상반기 운영위원회 회의(5월) 때다. 27일 두번째 회의를 앞두고 가처분 신청이 나왔다. 법무팀에 조언은 구해놓았지만, 지금 포스트시즌 기간이라 대처하기 쉽지 않다"며 난감한 속내를 드러냈다. "합의된 제도를 개선할 때는 리그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충분한 유예 기간을 두고 진행돼야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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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공인 대리인 제도는 지난 2018년 처음 도입됐다. 대리인 문제를 주관하는 건 KBO가 아닌 선수협이다. 앞서 리코는 2020시즌 종료 후 우규민의 2차 FA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KBO에 우규민의 대리인으로 등록되지 않은 상태였음이 밝혀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선수협은 '절차상의 문제였을 뿐'이라고 해명했었다.
선수협에 따르면 1000명이 넘는 KBO 전체 선수 중 대리인을 두고 있는 선수는 200명 미만이다. 다만 소속사가 공개돼있는 연예인들과 달리, 선수들이 어떤 에이전트와 계약 중인지 여부는 공식적으로는 공개되지 않는다. 선수협 측은 "선수들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리코의 보유 선수는 규정보다 훨씬 많다는 게 야구계의 공통된 전언이다. FA 기간에만 FA 선수의 '에이전트'일 뿐, 평소 선수들을 '매니지먼트'하는 데는 아무 제한이 없다. 선수 제한 규정이 풀릴 경우 이들 모두의 '에이전트'가 될 수 있다.
KBO 측이 선수 독과점으로 인한 혼란을 걱정하는 이유다. 메이저리그의 보라스, 해외축구의 미노 라이올라 같은 에이전트들은 보유한 스타들을 무기로 여러 팀과 동시에 협상하며 선수의 몸값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그 과정에서 선수 의사에 반하는 이적이 이뤄지기도 한다. 리그 운영에 개입하거나 규정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일도 흔하다.
과거처럼 특정 팀별로 일부 에이전시가 장악하는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게 KBO의 설명이다. 당장 이번 FA의 경우 NC 한 팀에 리코 소속 선수가 양의지 노진혁 등 4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코 측이 FA 시장 개막을 앞두고 가처분을 신청한 이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