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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으로 시작해 부상으로 끝났다. 그래서 더 단단해졌다[SC포커스]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22-10-23 12:01 | 최종수정 2022-10-23 17:12


2022 KBO리그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2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9회말 2사 1루 KT 박병호가 끝내기 홈런으로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7.27/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디펜딩 챔피언. 시즌전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혔지만 결과는 4위, 그리고 준플레이오프 탈락.

KT 위즈의 2022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시련이었다. 완전체로 경기에 나간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로 부상과 싸워야만 했다. 매번 빠진 선수 자리를 메우느라 고민을 해야했다.

지난시즌 창단 첫 통합우승의 감격을 누렸던 KT는 올해도 여전히 우승 후보였다. 마운드가 건재했고, 새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를 영입하면서 타격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팀의 중심이었던 유한준이 우승 트로피와 함께 은퇴를 했지만 FA 박병호를 영입해 강백호, 라모스오 함께 강력한 중심타선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3명의 중심타선은 제대로 경기를 해보지도 못했다. 강백호가 정규시즌 직전 발가락 부상을 당하더니 라모스도 18경기만에 부상으로 빠지고 말았다. 지난시즌 타이브레이크에서 엄청난 피칭을 하며 팀의 에이스로 우뚝 솟은 윌리엄 쿠에바스마저 2경기만에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했다. 필승조 박시영마저 4월 21일 LG전을 끝으로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다.

에이스에 필승조 투수, 중심타자 2명이 한꺼번에 빠지면서 KT는 초반 급하락했다. 개막전 승리후 4연패, 1승후 다시 5연패하며 2승9패로 꼴찌 추락. 이후 5연승으로 반등을 시도하면서 4월 한달간 11승13패, 6위로 위기를 어느 정도는 넘긴듯했다. 하지만 부상당한 외국인들이 돌아오지 않으면서 공백을 메우는데도 한계가 왔다. 박병호가 고군분투했지만 이를 도와줄 타자가 별로 없었다. 5월까지 22승28패로 8위에 머물렀다.

KT는 5월에도 변화가 없자 빠르게 움직였다. 5월 18일 쿠에바스, 5월 26일 라모스를 퇴출시키고 웨스 벤자민과 앤서니 알포드를 영입했다. 또 뎁스를 강화하기 위해 5월 21일 LG 트윈스와 신인 지명권을 내주고 내야수 장준원을 데려왔고, 다음날인 5월 22일엔 SSG 랜더스와와 1대1 트레이드로 사이드암 투수 이채호를 영입했다.

새 외국인 선수들이 합류하고 강백호가 복귀한 6월부터 KT의 반격이 시작됐다.

6월 14승2무9패로 처음으로 5할 승률을 넘긴 KT는 7월엔 13승4패 8월엔 15승8패로 계속 상승세를 탔다. 6월에 5위에 오른 KT는 7월엔 4위에 올라섰고, 8월 하순엔 3위까지 올라서며 상위권에 위협적인 팀이 됐다.


그사이에도 부상은 계속됐다. 강백호가 허벅지 통증으로 한달 넘게 쉬었고, 트레이드로 데려온 장준원은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아웃됐다. 심우준도 왼손 힘줄 부상으로 매일 테이핑을 하고 경기에 나서야 했다.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선수들의 단합된 힘이었다. 지난해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어려움을 딛고 우승까지 차지했던 선수들의 경험이 위기에서 힘으로 발휘됐다. 여기에 박병호의 한방이 팀 사기를 끌어올렸다. 지난 2년간 에이징커브라는 말을 들었던 박병호는 KT에 와서 부활에 성공했고, KT의 핵심 타자가 됐다. 4월에 5개로 예열하더니 5월에 11개, 6월에 10개를 치면서 단숨에 홈런 1위로 올라섰다. 끝내기 홈런, 동점 홈런 등 팀에 꼭 필요한 순간 큰 것을 쳐주는 클러치 능력으로 팀을 살렸다.

KT의 가장 큰 힘은 마운드였다.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부진했지만 국내 투수들이 지탱했다. 고영표 소형준(이상 13승)이 꾸준한 활약을 했고, 쿠에바스의 빈자리를 채우던 6선발 엄상백은(11승)이 후반기엔 어엿한 주축 선발이 됐고, 결국 데뷔 첫 두자릿수 승리에 승률왕까지 차지했다. 중간에 합류한 벤자민도 안정된 피칭으로 외국인 에이스 자리를 잡았다.

어려움 속에서도 3위를 할 수 있을 듯 보였던 KT였지만 결국 부상이 또 발목을 잡았다. 박병호가 9월 10일 키움과의 경기서 2루로 뛰었다가 발목 부상을 당해 빠지면서 중심 타선이 약해졌고, 그것이 결국 4위로 내려앉은 이유가 됐다. 9월 말 5연승을 하면서 키움과의 차이를 좁히던 KT였지만 시즌 최종전인 10월 11일 LG전서 5대6으로 역전패하면서 키움과 함께 80승2무62패로 동률이 됐다. 하지만 상대전적에서 7승1무8패로 뒤져 4위. 박병호가 부상으로 빠진 9월 11일 최종전서 0대5로 패한 것이 발목을 잡고 말았다.

KT는 시즌 최종전까지 치르느라 체력을 많이 소진한 상태에서 바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렀고, 이어 준플레이오프도 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조용호와 심우준이 부상을 당하는 등 부상과의 악연이 계속됐다. 결국 준PO5차전서 3대4로 역전패하며 2022시즌을 마무리했다.

이강철 감독은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너무 잘해줬다"면서 "후회없는 경기를 했다"라고 말했다. 시즌 시작부터 악재가 이어왔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모든 것을 쏟아부은 선수들과 함께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KT의 처절했던 싸움을 본 사람이라면 2022시즌의 4위를 실패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시련을 통해 더 강해졌고, 상위 팀들이 무서워할 정도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좋지 않을 때 알 수 있는 감독과 구단의 위기 대처 능력 또한 매우 좋았다. 2020년 2위, 지난해 우승으로 강팀의 반열에 오른 KT지만 올시즌이 오히려 오랫동안 강팀이 될 수 있는 기틀을 잡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뎁스가 약한 단점이 도드라진 시즌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투수가 좋다고 하지만 엔트리에 들어갈 13명외에는 (좋은 투수가)많이 없다. 신인들 잘 체크하겠다"면서 "보시다시피 야수 부족이 눈에 많이 띈다. 마무리캠프부터 준비를 하려고 한다"라며 새 출발을 예고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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