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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 위기→동점 발판…박성한이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2-09-30 23:04 | 최종수정 2022-09-30 23:05


3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SSG와 키움의 경기가 열렸다. 10회 1사 3루에서 김혜성의 땅볼 타구를 놓치고 있는 SSG 박성한 유격수.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09.30/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박성한에게는 악몽이었던 밤. 팀 승리로 마음의 짐을 덜었다.

SSG 랜더스는 3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7대3으로 이겼다. 마지막에 이겼지만 사실 전체적으로 안풀린 경기였다. 윌머 폰트가 복귀해 7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타선이 시원하게 터지지 못했다. 경기 초반 키움 선발 안우진에 가로막혀있던 SSG는 7회에 드디어 역전에 성공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8회초 2-2 동점 허용 후 승부는 연장까지 가고 말았다.

SSG의 주전 유격수 박성한에게는 특히나 힘들었떤 경기다. 박성한은 결정적 실책을 기록하고 말았다. 그것도 3이닝 연속. 8회초가 시작이었다. SSG가 2-1로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2사 1,2루 실점 위기. SSG는 투수를 서진용에서 고효준으로 교체했다. 고효준이 김혜성을 상대해 유격수 방면 땅볼을 유도해냈다. 실점 없이 이닝을 끝낼 수 있는 타구였다. 그런데 박성한의 마음이 더 급했다. 포구가 제대로 되지 못하면서 공을 옆으로 흘렸고, 주자가 모두 살았다. 이닝을 종료하지 못하고 2사 만루 위기가 이어졌고, SSG가 투수를 다시 노경은으로 교체했지만 임지열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면서 2-2 동점이 됐다.

실책이 잔상으로 남은 것일까. 박성한은 이후로도 제대로 타구를 처리하지 못했다. 9회초에도 2아웃 이후 이용규의 타구를 잡아 1루로 송구하는 과정에서 실책이 나왔다. 송구가 높게 들어가면서 타자 주자 이용규가 세이프됐다. 다행히 실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문제는 10회초. 여전히 2-2 상황에서 1사 3루 위기. 오원석이 김혜성을 상대로 땅볼을 유도해냈고, 이 타구가 박성한을 향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포구 실패. 쉽게 처리하기에는 타구의 속도가 워낙 빨랐다. 그러나 이미 잔상이 남아있는 박성한은 포구에 완벽히 실패했고, 그사이 3루주자 이정후가 득점하면서 키움이 다시 3-2로 앞서기 시작했다. 박성한은 고개를 숙였다. 박성한은 이날만 실책 3개를 추가했다. 팀이 우승을 눈 앞에 두고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 나온 실책들이 모두 실점으로 이어지면서 더욱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LG 오지환과 더불어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 후보로 꼽힐만큼 성장한 박성한이지만, 오늘만큼은 데뷔 후 최악의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마지막 기회가 박성한을 찾아왔다. 수비가 아닌, 공격에서의 역할이었다. 마침 연장 10회말 박성한의 타석이 돌아왔고, 패색이 짙은 2아웃 상황에서 1루수 방면 땅볼을 치고도 최선을 다해 달렸다. 결과는 세이프. 키움 벤치에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지만 거의 같은 시간에 베이스 터치가 이뤄졌고, 결국 박성한의 세이프로 판정됐다. 박성한이 살아나간 여파는 컸다. 다음 타자 김강민의 안타에 이어 최준우의 희생플라이로 SSG가 3-3 동점에 성공했고 기어이 승부를 11회까지 끌고갔다.

기사회생한 SSG는 11회말 한유섬의 끝내기 그랜드슬램으로 이길 수 있었다. 박성한에게도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는 승리였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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