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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LG가 거짓말 같은 역전 드라마를 썼다.
가장 인상적인 홈런은 유강남의 결승포였다. 9-9로 팽팽히 맞선 9회초. 선두타자로 타선 유강남은 1B2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오승환의 몸쪽 제구가 된 142㎞ 패스트볼을 왼 팔을 접는 기술적 타격으로 당겨 역전 결승솔로포를 터트렸다. 엄청 크게 포물선을 그린 타구는 왼쪽 폴대 상단 꼭대기에 맞고 사라졌다. 2016년 라이온즈파크 개장 이후 처음 나온 진귀한 장면. 중계 화면도 폴대 상단을 클로즈업 하며 이색적인 홈런을 재조명 했다.
장성호 해설위원이 "엄청난 비거리"라고 말한 바로 그 홈런. 하지만 정작 KBO 공식 기록은 115m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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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 비거리는 기계로 측정되지 않는다. 여러가지 공이 떨어지는 위치를 고려한 기록원의 판단이다.
유강남의 타구는 워낙 높게 떴다. 그랬기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내려오는 궤적 속에 폴대 꼭대기를 맞힐 수 있었다. 라이온즈파크 폴대 위가 다른 구장에 비해 둥글게 넓은 편이다.
만약 펜스 꼭대기가 아닌 기둥 상단을 강타했다면 어마어마한 비거리가 측정됐을 것이다. 하지만 높게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궤적 속에서 맞았기 때문에 가상의 궤적을 연결하면 가장 왼쪽 관중석 가운데 쯤 떨어졌을 거란 판단이었다. 파울라인선상 관중석은 홈으로부터 가장 짧은 직선거리다.
다소 깊은 좌중간 펜스를 살짝 남은 김현수 홈런의 비거리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던 이유다.
타구를 날린 장본인 유강남은 비거리 따위는 관심도 없었다. 그저 홈런만 되기를 간절히 빌었다.
"꼭대기 맞든 안맞든 전 그냥 파울만 되지 마라 했어요. 저번 주부터 어제까지 파울홈런만 4~5개였거든요. 아마 그거 안 넘어갔으면 그 자리에서 울었을 것 같아요. 진짜 간절했어요.(웃음)"
팀에 승리를 안긴 천금같은 유강남의 홈런. 아무튼 라팍 홈런 역사에 있어 진귀한 사례로 남게 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