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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LG를 빼놓은 건 섣부른 판단이었나.
그 선배는 2대에 걸친, 30년이 넘는 LG 골수팬이다. 대학 시절 학교 축구대회에 같이 출전했는데 축구 선수 등번호가 47번이었다. 이상훈 때문이었다. 그 정도로 LG를 좋아하니 선두 싸움에 언급조차 안된 게 기분 나빠 항의를 한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섣불렀다는 걸 LG가 증명했다. 6일 삼성 라이온즈전을 통해서 말이다. 1년에 1번 나올까 말까 하는 엄청난 경기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 LG는 포기하지 않았다. '메가 트윈스포'가 모처럼 만에 터졌다. 4회와 5회 김현수와 유강남의 홈런포가 터졌고, 8회에는 7점 차이를 극복하는 캡틴 오지환의 극적 동점 투런홈런이 터졌다. 9회가 하이라이트였다. 이날의 히어로 유강남이 삼성 철벽 마무리 오승환을 상대로 역전 결승 솔로홈런까지 쳐냈다. 타구가 폴대 최상단 정수리(?) 부분을 때리는 건 야구를 본 이후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
공격 뿐 아니었다. 1점차 리드를 가져온 9회말 삼성 선두타자 김현준의 중견수 방면 안타성 타구를 걷어내는 오지환의 수비는 올시즌 최고 수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게 LG가 기적같은 역전승을 일궈냈다.
단순한 1승이 아니었다. 이런 경기를 하면, 선수단 분위기가 더욱 후끈 달아오른다. 이어지는 경기들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다. 자신들이 얼마나 센 힘을 갖고 있는지를 몸소 느끼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SSG와 키움이 나란히 패했다. 양팀 모두 6연승, 10연승 도전에 실패했다. 그런 가운데 LG는 조용히 3연승. 선두 SSG와는 4경기차, 2위 키움과는 2.5경기 차이다. 삼성전은 '선두 싸움에 우리도 있으니 절대 잊지 말라'라고 두 팀에 선언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투-타 전력만 놓고 보면 3팀 중 가장 안정적인 팀이 LG라는 평가가 시즌 전부터 지배적이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LG 마무리 고우석과 삼성 오승환의 대비였다. 오승환은 지난 십수년간 국내 최고의 마무리 투수이자, 강속구 투수로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40세가 넘었다.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국 복귀 후 직구보다 변화구 승부가 많아졌다. 유강남에게도 슬라이더를 던지다 결승포를 허용하고 말았다.
반대로 고우석은 이제 피어오르기 시작한 리그 최강의 파이어볼러 마무리다. 젊은 시절 오승환을 그대로 보는 듯 하다. 그 고우석이 대선배 앞에서 당당히 세이브를 따냈다. 한국야구 마무리 세대교체의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