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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이태양과의 악연, 김택형 일부러 못던지는 것도 아닐텐데 [김 용의 어젯밤이야기]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2-06-20 09:59 | 최종수정 2022-06-20 10:17


2022 KBO리그 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1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렸다. 8회말 SSG 김택형이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06.19/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김택형, 일부러 못던지는 것도 아닐텐데….

이 정도면 김택형 입장에서는 고개를 들기 힘들 것이고, 이태양도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김택형이 또 이태양의 승리를 날렸다. 지켜보는 사람도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SG 랜더스는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다. 4-1로 앞서고 있었지만 7회 1점, 8회 5점을 내주며 4대7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 이겼다면 3연전 스윕이었다. 롯데 상대 2연속 시리즈 스윕이 날아갔음은 물론, 4연승 기회도 날아갔다. 2위 키움 히어로즈가 패해 승차를 더욱 늘릴 수 있었지만, 다잡은 경기를 놓치며 땅을 쳐야했다.

문제는 선발 이태양이 또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태양은 이날 등판 전까지 선발로 등판한 8경기 중 4경기 잘 던지고도 승리를 얻지 못했다. 이태양은 승리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불펜이 흔들려 경기가 뒤집어진 것이다.

그래서 이날 이태양 등판에 더욱 관심이 쏠렸다. 특히, 이태양은 이번 시즌 팀 사정상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쉽지 않은 '마당쇠' 역할을 해주고 있다. 올시즌만 마치면 자유계약(FA) 신분이다. 개인 욕심을 내야 하는 상황에, 늘 팀만 강조한다. 그런데 승수가 4승에서 늘지 않고 있다. 10승 투수와 그렇지 않은 투수는, FA 시장에서의 가치가 천지차이가 될 수 있으니 이태양 입장에서는 천불이 날 수밖에 없다. 만약 승리가 가능했던 5경기 중 3승만 더했어도 벌써 7승이다.

그런데 거짓말같이 또 이태양의 승리가 날아갔다. 8회 김택형의 5실점이 결정타였다. 김택형은 부상으로 마무리 자리에서 내려온 후, 필승조로 괜찮은 투구를 해오고 있었는데 이태양 승리에 긴장했는지 최악의 투구를 하고 말았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유독 이태양 선발 경기에서 블론 세이브를 많이 기록했던 김택형이었다. 지난달 4일 한화 이글스전 충격의 블론 세이브로 호투한 이태양이 울었었다. 이 경기를 시작으로 이태양의 불운이 시작됐다.

지난해에도 두 차례나 이태양 선발 경기 블론 세이브로 울었다. 지난달 10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가까스로 이태양의 승리를 지켜준 뒤 "오늘도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며, 유니폼과 글러브 다 마운드에 내려놓고 나오려고 했다"며 긴장감, 미안했던 마음을 표현했었다.


자신과의 악연도 있고, 최근 워낙 승운이 없어 김택형 입장에서는 9회가 아닌 8회여도, 3점차 상황이었음에도 엄청난 긴장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여파가 경기력으로 드러나고 말았다. 선발 10경기 평균자책점 2.70, 그런데 4승에 머물고 있는 이태양은 김택형의 투구를 지켜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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