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우 머리가 만든 역전승? 왜 박성한의 순간 집중력이 아쉬웠나 [김 용의 어젯밤이야기]

19일 잠실야구장에서 KBO리그 두산과 SSG의 경기가 열렸다. 수비하고 있는 SSG 박성한. 잠실=송정헌 기자[e-mail]/2022.05.19/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장성우의 머리가 만든 역전승?

한 순간 선택, 플레이 하나의 SSG 랜더스와 KT 위즈의 운명이 완전히 갈렸다. 5대4 KT의 역전승. 다잡은 경기를 놓친 SSG는 땅을 쳐야했고, KT는 행운의 역전승으로 힘겨운 5위 싸움 상승 동력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두 팀은 14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를 치렀다. 매우 흥미로운 경기 전개였다. KT가 4회 장성우의 투런포로 2점을 선취하자, SSG가 5회 곧바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7회 SSG가 최 정, 박성한의 연속 적시타로 승기를 잡자 KT가 다시 7회말 3점을 내 경기를 뒤집어버렸다.

이날 경기의 반전의 7회말 KT 공격이었다. SSG는 최근 연이은 호투로 새 필승조가 된 서동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서동민이 긴장한 탓인지 선두 장성우를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다음 타자는 황재균. 황재균이 투수 앞 땅볼을 쳤다. 서동민은 2루를 노렸다. 하지만 서동민의 송구가 장성우의 머리를 때렸다. 공은 외야로 흘렀고 1사 1루가 돼야 할 상황이 무사 2, 3루로 바뀌었다. 그렇게 KT의 5대4 역전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단순히 보면 장성우의 머리가 승패를 바꿔버린 결과가 됐다. 적시타보다 값진 '몸빵'. 장성우는 열심히 뛴 죄밖에 없다. 결론은 투수 서동민의 송구 실책이었다.

하지만 이 장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먼저 서동민의 송구 선택을 비판할 수는 없다. 장성우의 발이 느렸다. 공만 제대로 갔다면 아웃이 되고도 남을 타이밍이었다. 서동민은 공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그 때 베테랑 2루수 김성현이 2루 송구 사인을 보냈다. 경험이 부족한 서동민이기에 선배의 시그널을 보고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

타자보다 주자의 진루를 막는 게 당연히 수비 입장에서는 좋다. 때문에 김성현의 판단도 문제가 될 건 없었다. 가장 아쉬운 건 2루 베이스커버를 들어간 유격수 박성한이었다. 박성한이 2루에 너무 딱 붙어있었다. 그러자 서동민이 공을 던지는 라인과 박성한 사이 장성우의 머리가 걸려버린 것이다. 박성한이 서동민을 조금만 배려했더라면, 왼 발을 베이스에 붙이고 홈 방향으로 몸을 쭉 빼줄 수 있었다. 포스아웃 상황이기에 태그도 필요 없었다. 그러면 경험 부족한 서동민의 송구가 한결 편했을 것이다.

물론, 박성한도 베이스커버는 들어갔지만 송구가 1루로 향할 가능성을 더 높이 두고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을 수 있다. 2점차였기에, 1루 주자를 안전하게 잡고 아웃카운트를 늘리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서동민이 긴장했을 걸 감안하면 박성한도 어떤 상황이든 대비를 하고 있어야 했다.

박성한은 지난해 SSG의 주전 유격수로 혜성같이 등장했다. 올해는 더 완숙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오지환(LG)과 함께 리그 최고 유격수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그런 박성한이라도 이제 풀타임 2년차에 접어든 선수다. 순간 판단과 집중력이 아쉬웠다.

서동민은 지난 2일 KT전을 시작으로 5경기 연속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다. 12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감격의 생애 첫 홀드를 기록했다. 이날 KT전에서 중요한 순간에 등판해 그 기세를 이어가는 게 중요했다. 그게 새로운 필승조 투수가 성장하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송구 실책 하나로 홀드의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 생애 첫 패를 떠안으며 상승세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김 용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