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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 실책 군단은 잊어라…변화는 '낮게' 시작됐다 [SC 포커스]

이종서 기자

기사입력 2022-06-08 02:14 | 최종수정 2022-06-08 06:23


수비를 펼치는 키움 김휘집 김혜성.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실수할 수 있죠. 다만…."

1년 전. 키움 히어로즈 수비는 시한폭탄과 같았다. 팀 실책이 129개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았다. 특히 김혜성은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았지만, 29개의 실책을 하면서 수비에서는 체면이 서질 않았다.

올해 키움의 수비진은 180도 달라졌다. 팀 실책은 46개로 최소 4위다. 이 중 내야진은 총 30개의 실책을 했다. 내야수 최소 실책 1위 KT 위즈(26개)와 4개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파격적인 결단이 빛을 봤다. 김헤성이 지난해 '최고 유격수'로 상을 받았지만, 2루수로 자리를 옮겼다. 김혜성은 56경기를 치르는 동안 실책을 4개밖에 하지 않았다.

김휘집 신준우 김주형 등이 경쟁을 펼쳤던 유격수 자리가 다소 불안하기는 했지만, 최근 김휘집이 안정적으로 주전 자리를 꿰차기 시작했다.

수비가 안정화되면서 투수진은 더욱 힘을 냈다. 올해 키움은 팀 평균자책점 1위(3.29)를 달리고 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투수력 비결에 대해 수비진을 칭찬하며 "김일경 수비코치가 공이 크다"고 밝혔다.

김 코치는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달라졌다기보다는 김혜성과 송성문은 경험이 쌓이면서 성숙해진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 공을 100개 받아본 선수와 1000개를 받아본 선수는 다르다. 여유가 생겼다"라며 "이들이 기준을 잡아주면서 다른 선수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이 가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홍 감독은 김 코치를 칭찬하면서 '디테일의 차이'를 들었다. 실제 김 코치는 데이터를 활용해 선수 수비에 반영했다. 그는 "고척돔은 다른 구장에 비해 내야 땅볼 타구가 시속 2㎞ 정도 빠르다. 이는 적은 수치가 아니다"라며 "포구에 많이 집중을 했다. 3연전을 기준으로 첫 날은 빠른 공을 잡도록 하는 등 차이를 뒀다"고 밝혔다.

아울러 선수들의 포구 자세에는 '낮게'를 외쳤다. 김 코치는 "공보다는 중심이 밑에 있도록 기준을 잡았다. 선수들에게도 모든 수비가 그 기준 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2루수 김혜성의 변화 역시 김 코치가 설정한 기준의 차이에서 나왔다. 김 코치는 "김혜성은 플레이 자체가 빠른 편이다. 워낙 근성있는 선수라 빠르게 하다보니 포구가 불안정해지고 송구 실책으로 이어졌다. 2루수로 옮기면서 송구 부담은 덜하니 포구에 집중하도록 했다. 그 부분이 좋은 송구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김 코치는 "실수를 하더라도 기준 안에서 해야 한다. 두서없이 경기를 하다가 실수가 나오면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 기준 안에서 실수를 해야 개선 방향을 잡을 수 있다. 나는 그 기준만 점검하고, 기준이 무너졌을 때 선수들에게 이야기할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선수들 역시 달라진 부분을 경기에서 느끼기 시작했다. 내야수 송성문은 "항상 기준을 강조하시는데 이 부분이 실전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실수는 하늘의 뜻이다. 나는 그저 선수들이 편하게 수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는 역할"이라고 경기를 거듭하면서 달라지는 선수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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