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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구자욱(28)은 야구 잘하려는 생각이 누구 못지 않게 강한 선수다.
부담을 줄여주려 LG전부터 3번이 아닌 2번에 배치했지만 찬스는 계속 그 앞에서 걸렸다. 지난 겨울 비FA 다년계약을 통해 5년 최대 120억원에 삼성 잔류를 선언한 간판타자. 5연패와 맞물려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오기가 생겼다. 더 떨어질 데도 없었다. 29일 잠실 LG전. 심지어 컨디션 마저 최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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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의외였다. 구자욱은 사실상 5안타 경기를 펼쳤다. 빨랫줄 처럼 날아간 공이 우익수 홍창기의 슬라이딩 호수비에 막힌 5회 직선타구는 사실상 완벽한 2루타성 타구였다. 그걸 빼고도 구자욱은 4안타를 몰아쳤다. 찬스에도 눈에 불을 켰다. 결정적인 순간 중요한 2타점으로 8대4 역전승을 이끌었다.
3-4로 추격한 7회 무사 만루. 큰 부담이 되는 순간이었지만 구자욱은 좌완 진해수의 초구 패스트볼을 힘들이지 않고 편안하게 툭 밀어 좌전 적시타를 날렸다. 7-4로 앞선 8회 2사 1,3루에서는 최성훈의 초구 슬라이더를 당겨 적시 2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찬스 마다 주저 없는 벼락 같은 초구 승부가 인상적이었다. 최근 주춤할 때 처럼 주저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마인드 변화 하나가 만든 전혀 다른 결과였다.
구자욱은 경기 후 "야구가 참 어렵다"며 "이번주에 컨디션이 좋았는데 좋았을 때는 안타가 잘 안나오더니 컨디션이 최악이던 오늘은 4안타가 나왔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최악의 컨디션과 바닥을 친 오기. 부담을 덜어낸 무심타가 만들어낸 최고의 하루였다. 최고 재능의 구자욱으로선 어쩌면 본능적은 대처가 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 하루였다.
"중심에서 내가 제 역할을 못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며 무거웠던 마음을 고백한 구자욱. 지나친 의욕과 책임감은 때론 독이 된다. 운동장에서 잘 뛰어 노는 선수가 최후의 승자가 될 확률이 더 높다. 도구를 가지고 하는 심리 스포츠 야구는 더욱 그렇다.
내려놓기를 통해 막힌 혈을 뚫은 120억원 간판타자. 최악의 컨디션 속에서 뽑아낸 4안타 경기가 올시즌 성적의 터닝포인트가 될 지 지켜볼 일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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