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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 푸이그는 잊어버려라, 젊은 선수들의 '롤 모델'이 된 진짜 프로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22-04-13 07:17 | 최종수정 2022-04-13 07:17


12일 NC전에서 시즌 첫 만루홈런을 터트린 키움 히어로즈 야시엘 푸이그. 더그아웃에서 동료 선수들은 격하게 축하했고, 푸이그의 머리에 왕관을 씌워줬다. 사진제공=키움 히어로즈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우익수 푸이그가 타구를 잡아 송구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4.6/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8회말 2사 1루 푸이그가 헛스윙 삼진당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4.6/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32). 스프링캠프 때부터 KBO리그 외국인 선수 중 가장 화제가 된 선수다. 메이저리그 시절 경력, 캐릭터는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널리 알려져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 열정이 지나쳐 어이없는 장면을 연출했고, 충동적인 돌출 행동으로 인해 '악동'으로 불렸다. 히어로즈가 영입을 공식 발표했을 때, 그가 팀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는 지난 몇 년 간 메이저리그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전성기 때 강력했던 경기력과 거리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젊은 팀' 히어로즈에서 '젊은 선수'들의 귀감이 되고, 리더 역할까지 하고 있단다.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되는 히어로즈는 지난 6~8일 LG 트윈스에 3연전을 모두 내줬다. 개막 직후라고 해도, 3연패 충격은 컸다. 그런데 3연패 후 선수들을 모아 "힘을 내자"고 독려한 게 푸이그다. 그는 지난 주말 원정 삼성 라이온즈 3연전을 앞두고, 다시 한번 선수단 미팅에서 "파이팅"을 외쳤다.

주춤하던 히어로즈는 대구 3연전을 쓸어담고,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푸이그는 10일 경기 9회말 우익수 쪽 깊은 타구를 잡자마자 중계 플레이에 나선 2루수 김혜성에게 정확하게 연결했다. 곧이어 김혜성은 홈으로 공을 뿌려, 주자 구자욱을 잡았다. 6대5, 히어로즈 승리가 결정된 순간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8회말 무사 푸이그가 솔로포를 치고 들어오자 동료들이 왕관을 씌어주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4.5/

키움 히어로즈의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가 12일 NC전에서 홈런을 터트리는 장면. 사진제공=키움 히어로즈
이었다.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시기에, TV 중계를 통해 종종봤던 강력한 어깨였다.

10일까지 8경기에서 타율 2할2푼2리(27타수 6안타)-1홈런-1타점-4득점-2도루. 투수들이 펄펄 날고 있는 시즌 초반이라고 해도, 명성에 못 미치는 성적이었다.

그런데도 홍원기 히어로즈 감독은 푸이그 이야기가 나오면 칭찬을 쏟아낸다. 드러난 성적 뒤에 부각 안 된 면이 있다고 강조한다.

"오래 전 미디어를 통해 접했던 이미지와 완전히 다르다. 정말 열정적으로 경기에 집중하는, '야구에 진심'인 선수다. 더그아웃에 파이팅을 불어넣고 젊은 선수들에게 행동으로 메시지를 심어준다."

언어 장벽이 분명 작용하겠지만, 푸이그가 온몸으로 '프로'가 무엇인지, 팀을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입버릇처럼, '팀 퍼스트'를 이야기하는데,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앞으로 공격에서도 살짝 기대치를 높여도 될 것 같다. 12일 NC전에서 푸이그는 시즌 첫 만루홈런을 터트리고 3안타를 때렸다. 개막전부터 9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8회말 무사 푸이그가 솔로포를 치고 들어와 이정후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4.5/
경기 만에 나온 첫 멀티히트 경기였다.

무엇보다 눈에 들어온 건, 만루홈런 직후 펼쳐진 더그아웃 세리머니였다. 모든 히어로즈 선수들이 격하게 축하 인사를 쏟아내면서, 푸이그 머리에 왕관을 씌워줬다. KBO리그 첫 홈런을 쳤을 때도 그랬다. 푸이그가 팀에 완전히 녹아든, '히어로즈'라는 걸 보여준 장면이다.

그는 만루홈런에 대해 "공을 기다리지 않고 계속 좋은 타격을 하려고 했던 게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했다. 또 왕관 세리머니에 대해 "홈런을 치고 들어오면 모든 더그아웃의 동료와 스태프들이 기뻐하기 때문에 그 순간을 더 만끽할 수 있어 더 좋은 세리머니 같다"고 했다.

리그 최고의 외국인 타자를 향해 전력질주중인 푸이그디. 내야 뜬 공을 때리고도 절력질주할 때처럼 말이다.

고척=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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