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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장에는 있고, 일본야구장에는 없는 것?[무로이칼럼]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22-04-04 15:26 | 최종수정 2022-04-05 07:41


SSG랜더스 라커룸 모습

올해는 시즌 개막에 앞서 각 구장의 클럽하우스나 라커룸 리모델링이 화제가 됐다. 새로운 시설이 완성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근데 사실 KBO리그에서 사용하는 야구장에는 이전부터 일본이나 메이저리그보다 빠르게 이미 설치운영되던 선수를 위한 시설이 있었다. 그것은 수면실이다.

수면실은 선수들이 선잠을 자는 공간이다. 어스름한 조명의 약 5평(16.53㎡) 정도의 방에 리클라이닝 의자가 있고 조용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몇몇 구장에 이런 공간이 있는데 특히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숙박이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느낄정도로 쾌적하다고 한다. 이번에 리모델링한 SSG랜더스필드에는 고참선수용과 그 외의 선수용으로 공간이 나뉘어 설치돼 있다.

야구는 선수의 활동 시간이 다른 종목에 비해 훨씬 길다. 야구장 출근부터 경기종료후 퇴근할 때까지 8~10시간 정도가 되고, 일주일에 경기가 없는 날은 하루밖에 없다. 그래서 야구장에서 쉬는 시간도 운동능력을 높이기 위해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또 야구는 단체경기지만 선수에 따라 경기에 출장하는 시간대에 차이가 크다. 마무리 투수의 경우 출근시간은 다른 선수와 같지만 경기에 나오는 시간은 선발출장하는 선수 보다 약 2시간 이상 늦다. 보통 마무리 투수는 경기 직전까지 쉬고 있는데 이럴 때 수면실이 있으면 편하다.

15분에서 30분 정도의 수면은 피로회복과 집중력 향상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선잠은 라커룸에서도 가능하지만 수면실이라면 주변에 신경 안 쓰고 질높은 수면이 가능하다.

일본의 경우 수면실이 있는 야구장은 적고, 라커룸에 자비로 리클라이닝 의자를 준비하는 선수도 있다. 또 트레이너가 있는 치료실의 침대에서 자는 케이스도 적지 않다. 그래서 그런 환경을 바꾸고 싶다는 선수도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작년에는 오릭스 버팔로스의 중심타자 요시다 마사타카가 선수단을 대표해서 구단에 수면실 신설을 요청했다. 오릭스 구단은 거기에 응하고 홈구장인 쿄세라 돔 오사카에 수면실을 만들었다. 선수와 구단이 잘 조화를 이룬 오릭스는 지난해 25년만의 리그 우승을 장식하기도 했다. 앞으로 일본에서도 한국처럼 수면실을 설치하는 야구장이 늘어날 수 도 있다.

한편, 일본에 있고 한국에는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는 선수를 위한 공간도 있다. 그것은 원정팀이 경기중에 배트 스윙을 하는 장소다. 일본에는 원정팀의 더그아웃 뒤에도 배팅연습을 하는 공간과 큰 거울이 있다. 한국은 잠실야구장이라면 불펜으로 타자가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다른 구장이라면 라커룸에서 배트 스윙을 할 선수도 있다. 또 수원 KT위즈파크처럼 넓은 고무 바닥의 복도가 있는 데에서는 거기서 스윙하기도 한다.

대타경험이 많은 한 타자는 이렇게 말한다. "대타는 경기 상황을 보면서 감독이 불러주는 타이밍을 예상한다. 거기에 맞춰 아드레날린을 뿜어내고, 근육도 베스트의 상태로 끌어올려야 하니까 대기 시간의 배트 스윙은 중요합니다."

선수의 컨디션이 향상되면 경기의 질도 높아진다. 밖에서는 안 보이지만 선수를 위한 야구장내 시설정비는 좋은 경기를 통해 팬에게 야구의 매력을 주는 최고의 팬 서비스와 직결된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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