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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터울 후배 훈련까지…' 배움 마다 않는 베테랑의 간절함 "내겐 승부처"[SC서귀포]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2-02-21 17:05 | 최종수정 2022-02-22 04:31


◇김상수. 사진제공=SSG 랜더스

[서귀포=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SSG 랜더스 우완 투수 김상수(34)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색다른 훈련법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마치 로켓 모형처럼 생긴 큰 스티로폼 기구를 오른팔로 던지는 일명 '창던지기 훈련'을 하고 있다. 야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신기한 물건은 후배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 호기심 속에 김상수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던 SSG 일부 투수들도 최근 비슷한 루틴을 시도하면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창던지기 훈련' 원조는 일본 프로야구(NPB) 퍼시픽리그 오릭스 버펄로스에서 활약 중인 야마모토 요시노부(24)다. 야마모토는 데뷔 초기부터 50cm 길이의 창 모평을 던지는 훈련으로 주목 받았다. 몸 전체를 활용해야 던질 수 있는 투창 원리가 투구 포인트를 체크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지론. 이 훈련으로 기량을 키운 야마모토는 데뷔 3시즌 만인 2019년 프리미어12에 출전한 일본 야구 대표팀에 합류했고, 지난해 도쿄올림픽에도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국내에는 프리미어12에 나섰던 이정후(키움 히어로즈)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꼭 상대해보고 싶은 일본 투수로 지목해 알려진 선수.


◇도쿄올림픽 당시 야마모토 요시노부. 스포츠조선DB
김상수는 "야마모토의 훈련법을 SNS를 통해 봐왔다. 어린 선수지만 훈련법이 좋아 보여 나름대로 접목시키려 해봤다"며 "어깨 회전이나 흉추 강화 등 여러 모로 좋은 점이 있어 비시즌부터 하게 됐고, 이번 캠프에서도 틈틈이 연습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내가 해온 것에 안주하고 싶지 않았다.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좋은 점을 찾으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사인 앤 트레이드 형식으로 키움에서 SSG로 이적한 김상수는 50경기 58⅓이닝을 던져 4승3패6세이브5홀드, 평균자책점 5.09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첫 달 10경기서 1승6세이브로 쾌조의 출발을 했지만, 이후 기복을 드러내며 아쉽게 시즌을 마쳤다.

김상수는 작년을 돌아보며 "아쉽다. 잘 하지 못한 부분에 반성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피홈런, 장타, 평균자책점 모두 늘었다. 후반기 막판엔 정말 중요한 몇 경기를 남겨놓고도 제대로 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후배들에게 짐을 맡겼다"며 "내가 좀 더 잘 했더라면 후배들이나 팀이 더 좋은 성적을 내지 않았을까 싶다"고 자책했다. 또 "감독님, 코치님은 매번 '열심히 했다. 운이 없을 뿐'이라고 말해주셨다. 감사하면서도 죄송한 마음이 컸다. 팀이 원해서 불러줬는데, 마땅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성적을 반성하고 단단하게 받아들였다"고 자신을 채찍질 했다.

아쉬움이 큰 만큼 준비는 더 철저해졌다. 김상수는 "작년의 실패에서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많은 고민과 준비를 했다"며 "가장 좋았던 시점에 비해 투구폼이 루즈해졌다. 데이터를 보니 스피드면에서 4초 정도 차이가 나더라. 올해는 좀 더 와일드한 투구 모션을 가져가려 한다. 스피드나 구위 증가를 위해 몸을 만드는데도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또 "할거면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 속에 비시즌 프로그램을 짰는데, 트레이닝 파트에서 큰 도움을 받으면서 원활히 몸을 만들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창던지기 훈련 시범을 보이는 SSG 선수. 서귀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2008년 1군 데뷔 후 오랜 기간 기대주에 머물렀던 김상수는 2016시즌부터 비로소 풀타임 주전으로 거듭났다. 리그 수위급 불펜 투수로 발돋움 했지만, 어느덧 '베테랑', '노장' 수식어가 낯설지 않은 연차에 다가섰다.


김상수는 "내겐 올 시즌이 굉장히 중요하다. 승부처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내가 지금 이 순간을 이겨내고 야구를 더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이 순간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지면 힘들 것 같았다. 주변에 팀을 떠나거나 은퇴하는 선수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오승환, 정우람 선배 같은 투수들은 이런 순간을 이겨내고 지금까지 마운드에 서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대단해 보인다"며 "나도 그 선배들처럼 이 순간을 이겨내야 그만큼의 커리어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가짐이다. 올 시즌은 데뷔 초반 어떻게든 1군에 가려 했던 마음이 새록새록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힘든 순간에도 아내, 가족들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크게 와닿는 부분이 있다"며 가장의 책임감도 숨기지 않았다.

아쉬움과 실패를 인정하고 더 나은 방향을 찾겠다는 결심은 결코 쉽지 않다. 더 나은 내일을 향한 김상수의 의지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서귀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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