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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 칼럼]어떤 그립을 잡아도 외야 송구가 가능했던... 상황에 맞는 수비를 했던 외야수 민병헌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21-10-04 16:52 | 최종수정 2021-10-05 06:03


민병헌 스포츠조선DB

올시즌 KBO리그를 보면 외야수들이 불필요한 다이빙 캐치나 다이렉트 송구 끝에 실점하는 장면이 종종 눈에 띈다.

외야 플레이는 실수가 곧 실점으로 연결되기 쉽다. 외야수는 이닝이나 점수차에 맞게 플레이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상황 판단 능력이 뛰어났던 외야수가 현역 은퇴를 결심했다. 롯데 자이언츠 민병헌이다.

2006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해 2018년부터 롯데에서 뛴 민병헌은 항상 경기 상황을 생각하며 플레이 하는 선수로 대표팀에서도 빠질 수 없는 외야수였다.

예전 민병헌과 외야수의 포구와 송구 자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는 어떤 플레이에 대해서도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고 있었다. 그는 중계 플레이에 대해 "(송구를 잡을) 커트맨을 넘지 않는 것을 신경 쓴다. 커트맨의 어깨 높이를 목표로 공을 던지는데 거리가 멀거나 자세가 안 좋을 때는 원바운드라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던진다. 정확한 중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타구를 포구 하자마자 공을 던지려면 그립을 제대로 잡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민병헌은 "연습할 때 공을 잡을 손가락의 위치나 손의 각도를 여러 차례 바꾸면서 던지고 있다"고 했다. 어떤 그립을 잡더라도 좋은 컨트롤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민병헌이 프로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외야수의 상식이 바뀌던 시기였다. 외야수가 땅볼 타구를 잡고 홈 송구를 할 때, 예전엔 글러브를 낀 팔쪽의 다리를 앞에 두고 공을 잡았다. 하지만 현재는 글러브를 낀 팔 쪽의 다리를 뒤쪽에 두는 자세가 일반적이다. 민병헌은 "어렸을 때는 왼쪽 다리를 앞에 뒀지만 프로에 들어가서 바꿨다"고 했다.

그 이유를 민병헌은 "사실 앞으로 빨리 뛸 때는 스텝까지 의식하지 못한다. 그런데 왼다리 앞에서 잡으면 던질 때 투 스텝이 필요하다. 반면 왼다리가 뒤에 있으면 잡고 나서 바로 송구가 가능하다"고 했다.

민병헌은 자신의 인상적인 홈 송구 장면으로 두산 소속이던 2013년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를 떠올렸다.


1승1패에서 맞이한 3차전 5-4로 두산이 1점 앞선 상황. 9회초 LG는 2사 2루의 찬스에서 5번 이병규(9번)가 1, 2루간을 빠지는 안타를 쳤다. 당시 우익수였던 민병헌이 공을 잡을 때 2루 주자가 3루를 돌고 있었다. 민병헌은 왼다리가 뒤에 있는 자세에서 타구를 잡아 작은 스텝을 밟고 송구했고, 공은 홈플레이트 옆 3루 라인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포수 최재훈에게 정확하게 원바운드로 들어갔다. 최재훈이 주자를 태그해 아웃. 그 순간 승리를 지켜낸 두산은 4차전도 이기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지난 1월 뇌동맥류 수술을 받은 민병헌은 향후 치료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한다. 앞으로 그의 회복을 기원하면서 언제나 근거있는 플레이를 선보인 민병헌 같은 외야수가 KBO리그에 더 많이 등장하기를 희망한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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