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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04년부터 매년 일본어판 한국 프로야구 가이드북을 내고 있다. 올해 KBO리그 소속 선수 598명의 소개글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아주 궁금한 선수가 한 명 있었다. 롯데 자이언츠 좌완투수 정태승(33)이다.
정태승이 지난해 등판한 1군 경기는 7월 17일 삼성 라이온즈전이다. 2-4로 뒤진 4회말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⅔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4안타와 2볼넷을 내주고 4실점했다. 결과만 보면 실력 부족이라 할수 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경기 결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면 아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태승은 "팀은 나에 대해 한 번의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던 것이고, 나도 내가 그런 처지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며 "1군에 한 번도 못 올라간 투수보다는 기회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영식 롯데 2군 투수코치는 "솔직히 정태승이 타자를 압도하는 장점은 뚜렷하게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 "신예 선수라면 육성 목적으로 1군에서 두 세 번 정도 기회를 받을 수 있는데, 태승이는 나이도 있고 결과를 보여줘야 되는 투수가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강 코치도 정태승을 냉정하게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포기를 말하는 게 아니다. 강 코치는 "태승이와 같이 많은 시간을 보냈고 구속 향상 노력도 했다. 또 공의 무브먼트를 의식해 투심 패스트볼을 던졌는데 정타 확률이 떨어졌다. 커브도 타자의 스윙을 끌어내기에는 부족했는데 그 부분도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롯데의 경우 2군 선수가 1군에 올라갈 때 2군 코칭스태프의 추천이 아닌 구단에서 공유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1군서 결정한다고 한다. 정태승은 구속이나 스트라이크 비율 등의 수준이 1, 2군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어 팀내 좌완투수가 부족한 상황이라도 바로 콜업될 것 같지는 않다.
정태승에 있어 한 가지 환경 변화가 눈에 띈다. 2군서 정태승의 투구를 봐 온 래리 서튼 감독의 1군 사령탑 취임이다. "서튼 감독님은 작년에 저를 마무리 투수로 써주시고 올해는 '작년 페이스를 유지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정태승은 지난 해 2군에서 1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1.69라는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1, 2군 경계에 머물고 있는 정태승은 프로 10년째를 맞아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매 경기를 치르고 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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