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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학폭 직격탄' 흥벤저스의 결말, 김연경도 지키지 못한 정규 우승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1-03-15 06:34


프로배구 여자부 KGC인삼공사와 흥국생명의 경기가 13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렸다. 흥국생명 김연경이 자신의 공격이 막히자 브루나와 아쉬워 하고 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1.03.13/

프로배구 여자부 KGC인삼공사와 흥국생명의 경기가 13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렸다. 3세트 벤치를 지킨 흥국생명 김연경이 패색이 짙어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1.03.13/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개막 이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결국 여자프로배구 '흥벤저스' 흥국생명이 씁쓸한 결말을 손에 넣었다.

흥국생명은 정규 시즌 우승을 놓쳤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흥국생명은 리그 최강 전력으로 평가 받았다. 주전 레프트 이재영을 잔류시키는데 성공했고, 이재영의 쌍둥이 자매이자 FA 세터 이다영을 영입하면서 주전 세터 자리를 더욱 공고히 다졌다. 쌍둥이 영입만으로도 전력이 업그레이드 됐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줄곧 해외에서 활약해오던 '리빙 레전드' 김연경이 이번 시즌 국내 복귀를 선언하면서 흥국생명에 합류했다.

타팀들의 견제와 불만 아닌 불만도 있었다. 흥국생명의 전력이 지나치게 압도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김연경은 샐러리캡을 감안해 시장 평가에 훨씬 못 미치는 연봉을 받고도 흥국생명 복귀를 택했다. 이재영, 이다영 그리고 김연경까지 품에 안은 흥국생명은 단숨에 '우승 0순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시즌 중반까지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개막전 포함 10연승을 달린 흥국생명은 압도적인 단독 1위를 질주했다. '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어.우.흥'은 이미 실현 가능성 100%로 여겨졌다.

하지만 시즌 중반부터 조금씩 잡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시작은 선수단 내부 불화 의혹이었다. 이다영의 SNS 내용을 기반으로 선수단 내부에 불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기 시작했고, 주축 선수인 김연경은 인터뷰를 통해 "어느 팀이나 있을 수 있는 정도의 문제였다. 지금은 잘 해결됐다"고 해명을 하기도 했다.

결정적 한 방은 이재영-이다영의 과거 학교 폭력 논란이었다. 지난 2월초 과거 쌍둥이 선수들과 같은 학교 배구부 소속 선수로 뛰었던 선수들이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는 증언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파문은 일파만파 커졌다. 선수들이 과거 잘못을 인정하고 자필 사과문을 개재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기는 커녕 더욱 증폭됐다. 결국 흥국생명은 두 선수에게 무기한 출장 정지 자체 징계를 내렸고, 대한민국배구협회는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들에 대해 국가대표 무기한 박탈이라는 철퇴를 내리면서, 이재영-이다영은 향후 리그에 복귀하더라도 태극마크는 달 수 없는 궁지에 몰리게 됐다.

문제는 학폭 사건 이후 팀에 미친 영향이다. 당장 주전 레프트와 주전 세터가 빠진 흥국생명의 전력은 불안하게 흔들렸다. '에이스' 김연경이 건재했고, 오히려 시즌 초반보다 더 좋은 기량으로 고군분투했지만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세터 자리는 이미 이다영에 맞춰서 시즌을 준비했고 호흡을 맞춰온만큼 대체 선수들이 당장 공백을 완벽하게 채우기가 힘들었다. 새로 합류한 외국인 선수 브루나 모라이스는 적응 기간을 거쳐 조금씩 살아나는듯 했지만, 냉정히 말해 기대 이하였다.

박미희 감독과 흥국생명 선수들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흐름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오히려 경기 중 서로 '파이팅'을 불어넣는 모습과 서로 격려하는 모습은 시즌 초반보다 더 끈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준비된 전력이 예상치 못한 사고로 빠져나간 대가는 혹독했다. 세계 최고 공격수로 꼽히는 김연경 역시 해야 할 역할이 늘어나면서 막판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시즌 막바지에는 허벅지 통증을 참고 뛰면서 더욱 100%를 발휘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지난 9일 현대건설전 1대3 패배로 자력 우승 기회를 놓친 흥국생명은 GS칼텍스가 12일 IBK기업은행전에서 셧아웃 승리를 거두면서 우승에서 한 발 더 멀어졌다. 그리고 13일 마지막 희망이었던 KGC인삼공사전에서 0대3으로 완패하면서 남아있던 동력까지 잃고 말았다. 정규 시즌 우승은 GS칼텍스 몫이 됐다.

물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규 시즌 2위를 확정지은 흥국생명은 3위 IBK기업은행과 오는 20일부터 플레이오프 맞대결을 치른다. 여기서 이긴다면 '챔피언' 왕관을 향한 기회는 남아있다. 너무나 당연할 것만 같았던, 그래서 더 부담스러웠던 통합 우승의 꿈은 사라졌다. 과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마지막 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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