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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개막 이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결국 여자프로배구 '흥벤저스' 흥국생명이 씁쓸한 결말을 손에 넣었다.
시즌 중반까지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개막전 포함 10연승을 달린 흥국생명은 압도적인 단독 1위를 질주했다. '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어.우.흥'은 이미 실현 가능성 100%로 여겨졌다.
하지만 시즌 중반부터 조금씩 잡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시작은 선수단 내부 불화 의혹이었다. 이다영의 SNS 내용을 기반으로 선수단 내부에 불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기 시작했고, 주축 선수인 김연경은 인터뷰를 통해 "어느 팀이나 있을 수 있는 정도의 문제였다. 지금은 잘 해결됐다"고 해명을 하기도 했다.
문제는 학폭 사건 이후 팀에 미친 영향이다. 당장 주전 레프트와 주전 세터가 빠진 흥국생명의 전력은 불안하게 흔들렸다. '에이스' 김연경이 건재했고, 오히려 시즌 초반보다 더 좋은 기량으로 고군분투했지만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세터 자리는 이미 이다영에 맞춰서 시즌을 준비했고 호흡을 맞춰온만큼 대체 선수들이 당장 공백을 완벽하게 채우기가 힘들었다. 새로 합류한 외국인 선수 브루나 모라이스는 적응 기간을 거쳐 조금씩 살아나는듯 했지만, 냉정히 말해 기대 이하였다.
박미희 감독과 흥국생명 선수들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흐름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오히려 경기 중 서로 '파이팅'을 불어넣는 모습과 서로 격려하는 모습은 시즌 초반보다 더 끈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준비된 전력이 예상치 못한 사고로 빠져나간 대가는 혹독했다. 세계 최고 공격수로 꼽히는 김연경 역시 해야 할 역할이 늘어나면서 막판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시즌 막바지에는 허벅지 통증을 참고 뛰면서 더욱 100%를 발휘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지난 9일 현대건설전 1대3 패배로 자력 우승 기회를 놓친 흥국생명은 GS칼텍스가 12일 IBK기업은행전에서 셧아웃 승리를 거두면서 우승에서 한 발 더 멀어졌다. 그리고 13일 마지막 희망이었던 KGC인삼공사전에서 0대3으로 완패하면서 남아있던 동력까지 잃고 말았다. 정규 시즌 우승은 GS칼텍스 몫이 됐다.
물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규 시즌 2위를 확정지은 흥국생명은 3위 IBK기업은행과 오는 20일부터 플레이오프 맞대결을 치른다. 여기서 이긴다면 '챔피언' 왕관을 향한 기회는 남아있다. 너무나 당연할 것만 같았던, 그래서 더 부담스러웠던 통합 우승의 꿈은 사라졌다. 과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마지막 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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