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신세계그룹 야구단이 팀명을 SSG 랜더스로 확정했다. SK 와이번스라는 이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SK 와이번스의 이니셜인 'W'가 일본 전역에서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야구를 주제로 한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평가가 다른 장르에 비해 굉장히 냉정하다. 그러니 여자선수가 프로야구 진출을 노린다는 것은 현실감이 없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 중엔 의외로 호평이 많았다.
유명한 야구팬인 탤런트 마쓰무라 구니히로씨는 1970년대에 일본에서 개봉된 영화 '야구광의 시(野球狂の詩)'와 '야구소녀'를 비교했다. 야구광의 시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것으로 주인공인 여자투수가 프로 선수로 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영화는 야구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감정 이입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 인간 스토리로서 보는 사람들이 입장에 따라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의 어머니의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또 지난 2월 9일자 칼럼에서 소개한대로 SK 와이번스는 일본 야구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구단이다. 그런 실재했던 프로야구 팀의 엠블럼과 유니폼이 작품 중에 나오는 것이 현실감을 높이고 있다.
야구소녀는 한국에서 큰 화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러니 일본에서 150곳 이상의 영화관에서 개봉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화려한 연출은 없고 담담하게 진행되는 스토리에 "한국 영화답지 않아 일본에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작품"이라는 감상도 들을 수 있었다.
SK 와이번스는 21년간의 역사를 뒤로 하고 현실에서 없어졌지만, 일본 영화관 스크린 속에서는 연기자들의 가슴에 와닿는 대사와 감정을 흔드는 조용한 배경 음악과 함께 아직도 끈질기게 살아 숨쉬는 듯하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2021 신축년(辛丑年) 신년 운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