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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칼럼]신세계의 SK야구단 인수, 일본에서도 깜짝 놀란 이유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1-02-08 13:36 | 최종수정 2021-02-09 08:30


SK 와이번스 선수들이 제주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하고 있다. 서귀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지난 1월 26일 신세계그룹 이마트의 SK 와이번스 야구단 인수 발표는 일본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KBO리그의 구단 매각이 왜 일본에서 큰 관심을 모을까.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SK가 일본 야구팬들에게 비교적 잘 알려진 구단이라는 점이다. SK는 2007~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연속 우승한 뒤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 참가해 선전했다. 우승은 못했지만 예선에서 2007년에는 주니치 드래곤즈, 2008년에는 세이부 라이온즈를 각각 꺾은 바 있다. SK가 KBO리그의 다른 구단에 비해 일본 팬들에게 상대적으로 친숙한 이유다.

또 SK는 2010년 통합 우승팀으로서 한일 클럽챔피언십에 참가해 지바 롯데 마린스와 대결했다. 우승 경험이 많은 SK가 왜 구단 매각을 했는지 그 이유가 일본에서도 궁금한 것이다.

둘째는 모기업이 통신회사인 SK가 유통회사인 신세계그룹에 구단을 매각했다는 점이다. 일본의 구단 모기업 변천사를 보면 그 시대를 지배했던 산업이 모기업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프로야구 확장기에는 신문사나 전철회사가 중심이었고, 그 다음에는 영화사, 1970~1980년대는 식품, 유통업체가 뛰어들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인터넷이나 통신관련 회사들이 구단을 인수했다.

이 때문에 일본의 야구사 흐름과는 방향이 다른 이번 SK 구단 매각을 흥미롭게 보는 일본 사람들이 많다. SK의 구단 매각을 일본내 산업 현황에 비유해 "소프트뱅크가 이온(일본의 거대 유통그룹)에 구단을 파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SK구단 매각 소식에 관심을 가지는 일본 사람들에게는 보기 드문 특징이 있다. 보통 일본에서 야구 기사를 즐겨보는 중심 세대는 30~50대들이다. 한국 야구에 대한 관심이라면 30대 후반부터 40대가 많다. 하지만 이번 소식은 60대 이상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이유를 추론해 보니 흥미로웠다. 일본에서는 1988년 가을 퍼시픽리그 6개 구단 중 2개 구단이 매각을 발표하는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이듬해 난카이 호크스는 다이에 호크스, 한큐 브레이브스는 오릭스 블루웨이브로 이름을 바꿔 리그에 참여했다. 60대 야구팬들은 이번 SK 구단 매각 소식을 듣고 30여년 전 일본에서 일어난 일을 떠올린다.

SK의 구단 매각 소식에 일본 구단 관계자들도 놀라고 있다. SK 구단 직원의 연수를 받은 적이 있는 퍼시픽리그 한 구단 간부는 이런 반응을 보였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소문도 없이 준비 작업을 했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기업의 인수, 매각은 정보 노출 때문에 종종 곤란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철저한 보안 속에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SK를 인수할 신세계그룹의 야구단 명칭과 유니폼이 곧 발표될 것이다. 일본 야구팬과 관계자들도 KBO리그 새 구단이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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