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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프리토크]롯데 허문회 감독 "5강행 실패는 내탓, 실패 반복 않겠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0-10-30 17:34


◇스포츠조선DB

[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모두가 다 잘 했는데 감독이 부족했다."

30일 부산 사직구장. KIA 타이거즈와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시즌 종료 직후 롯데 지휘봉을 잡은 허 감독은 가을야구에 도전했으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선수들의 루틴과 자율적인 훈련을 강조하면서 팀을 다지는 데 주력했고, 후반기 이후 5강 진입 승부를 본다는 시즌 플랜을 짰다. 그러나 롯데는 6월 중순 이후 좀처럼 도약하지 못했고, 결국 7위로 시즌을 마치기에 이르렀다. 허 감독은 부상자 방지와 컨디션 유지를 돌파구로 꼽았지만, 1점차 승부에서의 경기 운영이나 외부와의 소통과정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등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허 감독은 "벌써 시즌 마지막 경기다. 한 시즌을 돌아보니 코치 시절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많은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 전 이대호에게 체중 유지에 대해 약속했는데 오늘 재보니 유지를 했더라"며 "선수들 모두 자기만의 목표를 갖고 움직였고, 결과를 냈다. 팀 성적은 안 좋았지만, 그게 보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내가 좀 더 잘했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투수 교체, 대타, 작전 타이밍 등 내가 부족해서 망친 경기가 많지 않았나 싶다. 계속 생각해보면 선수들이 아닌 내 책임이 큰 것 같다"고 강조했다.

가을야구에 닿지 못했지만, 롯데가 얻은 것은 실패 뿐은 아니었다는 게 허 감독의 소회다. 그는 "가족 같은 끈끈한 정을 느꼈다. 베테랑, 신예 선수 뿐만 아니라 매니저, 홍보팀 등 프런트 역시 합심했다. 버스 기사님들까지 행여 선수들이 다칠까봐 노력해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고마운 생각 뿐"이라며 "엔트리에 빠져도 후배들을 챙기는 베테랑이나 조언을 듣고 노력하는 후배, 백업들 너나 할 것 없이 그라운드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꼈다. '이게 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5강 진입이라는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허 감독은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즌이 됐다고 자평했다. 그는 "감독이 되니 여러 부분에 신경이 쓰이고, 흔들리게 되는 모습이 있더라. 시즌 중반엔 나도 모르게 흔들리며 갈팡질팡할 때가 있었다. 내가 우물쭈물 했던 게 이런 결과로 나타나지 않았나 싶다"며 "모 감독님께서 '결정할 때는 냉정하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 부분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선수들 뿐만 아니라 나도 이기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며 "선수들이 한 시즌 동안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면, 내가 더 잘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지 물음표를 던지게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시즌을 마친 뒤 다시 필름을 돌려 보완하고 채워가야 한다. 안 좋은 피드백도 달게 받아야 한다. 스스로 뿐만 아니라 주변에 묻고, 듣고, 고치면서 다시 배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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