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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인터뷰]가을을 기다리는 정수빈 "미라클 두산, 괜히 나온 말 아냐"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0-08-20 07:00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정수빈은 단 한 번도 아프거나 피곤하다는 이야기를 한 선수가 아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중견수 정수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근 정수빈의 타격감은 폭염처럼 뜨겁다. 이달 들어 월간 타율이 4할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6월까지 2할대 중후반에 머물던 그의 월간 타율은 지난달 3할까지 올라선데 이어, 이달에는 수직상승하는 모습. 그동안 여름에 접어들 때마다 타격 부진을 보여오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김 감독은 정수빈의 의지가 작용한 결과라고 짚었다. 그는 "정수빈은 내가 눈으로 부상이라고 확인하지 않은 이상 아프다고 한적이 없는 선수다. 얼굴에 피곤한 기색도 없이 마냥 웃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마다 힘들 때가 있고, 감독도 눈치로 아는 부분이 있다. 그럴 때는 무시하고 끌고 갈 수 없다. 나도 선수들에게 '정말 힘들 땐 주장을 통해 이야기하고 쉬라'고 한다"며 "작년엔 정수빈이 계속 풀타임으로 뛰길래 '좀 쉬라'고 했더니, '나 대신 (허)경민이를 쉬게 해달라'고 하더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정수빈은 "웬만하면 경기에 뛰려고 한다. 크게 다치지 않는 이상 계속 뛰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나도 힘들 때는 있다. 하지만 예전에 못해서 경기에 나서지 못할 때를 돌아볼 때가 있다. 언제까지 야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피로나 통증을 안고 뛰는 게 집중력 저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물음엔 "정말 좋지 않을 때는 경기력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프로선수라면 그 정도 몸상태는 누구나 갖고 있다. 그걸 이겨내는 게 프로선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릴 때 얼굴이나 쇄골 골절, 종아리 근육 파열 등 경험이 있다. 그때는 정말 아플 때"라며 "그런 경험을 통해 내성이 생긴 것 같다. 뼈가 부러지거나 근육이 파열되는 등 걷지 못할 정도로 아플 때가 정말 아플 때다. 그런 상황에선 못 뛰지만, 이외엔 참고 뛰려 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올 여름 활약의 비결은 뭘까. 정수빈은 "지금 같은 경우엔 오히려 운동을 쉬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날씨가 더우니 몸은 금방 풀린다"며 "타격 훈련은 공을 조금만 치고, 수비 훈련은 쉬는 대신 스트레칭 위주로 하고 경기를 통해 풀려고 한다. 감이 떨어질 때는 훈련을 더 해야 하지만, 지금은 좋다. 무엇보다 체력 관리가 우선"이라고 했다. 또 "그동안 야구를 하면서 여름마다 컨디션이 안좋았다. 그때를 돌아보면 너무 아쉽다. 쉬는 요령도 몰랐고, 앞뒤 안 가리고 뛰기만 하다 보니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며 "지금은 어느 정도 관리 요령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디펜딩챔피언' 두산은 올 시즌 경쟁자들과 힘겨운 자리 싸움을 펼치고 있다. 최근엔 주축 전력들이 부상으로 잇달아 자리를 비우는 등 어려움이 커졌다. 하지만 매 시즌 9월 이후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던 두산의 '가을 야구 본능'이 곧 발휘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정수빈은 "우리 팀 컬러가 그런 것 같다. 괜히 '미라클 두산'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게 아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순위 차가 크지 않고, 긴 시즌이 남아 있다. 선선해지는 9월 이후부터 우리 선수들의 컨디션도 더 좋아질 것이고, 나 또한 지금보다 컨디션이 더 올라올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정수빈은 올 시즌을 마친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KBO리그 대표 중견수로 발돋움한 위치를 떠올려보면 내심 기대감을 품을 만하다. 정수빈은 "의식을 안할 수는 없다. 초반엔 그 부분에 신경을 쓰다가 중반 이후부터는 덜해졌다"며 "성적이나 지표는 결국 결과로 나타난다. 여지껏 열심히 했고, 열심히 달려왔다. 어떤 대우를 받든 인정하려 하려 한다"는 마음가짐을 드러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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