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부산의 한낱 기온은 32도까지 치솟았다. 아침부터 발령됐던 폭염주의보는 오전 11시를 기해 '폭염경보'로 바뀌었다. 장마 직후 습한 날씨까지 더해져 찾아온 본격적인 '불볕 더위'였다. 그늘로 몸을 피해도 땀이 줄줄 날 정도의 더위 속에 거리의 인파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휴대폰에는 외부 활동에 유의하라는 안내 메시지가 전해졌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KIA 타이거즈 맷 윌리엄스 감독은 무더위에 아랑곳 하지 않았다. 윌리엄스 감독은 이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통역 구기완씨와 함께 일찌감치 사직구장을 찾았다. 형광색 바람막이 점퍼까지 착용한 그는 3루 더그아웃에서 걸어 나오자마자 연신 땀을 닦기 시작했다. 현역시절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뛸 때 미국에서 가장 더운 날씨를 자랑하는 연고지 피닉스의 살인더위를 경험한 그였지만, 여전히 한국의 습한 무더위는 넘어야 할 산. 윌리엄스 감독은 이내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서 구장깨기의 시동을 걸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구 씨와 끊임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던 윌리엄스 감독은 경기장 절반 정도를 돈 뒤 멈춰 섰다. 한국에서 경험한 가장 더운 날씨. 바람막이 점퍼를 벗은 윌리엄스 감독의 상의는 흠뻑 젖어 있었다. 하지만 그늘이 드리운 관중석 꼭대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그는 다시 계단을 오르내리기 시작했고, 끝내 한 바퀴를 완주하며 구장깨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가장 더운 시간을 택해 '루틴 지키기'에 나선 그의 모습은 감탄과 우려가 교차할 만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윌리엄스 감독은 "이제 중복이 지났고, 장마도 끝나가는 시점이라고 들었다"며 "주변에서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 더위가 시작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더더욱 선수들의 체력 안배,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단에서 선수들의 체력 안배와 컨디션 유지를 위해 정말 많은 부분을 도와주고 있는데, (날씨는) 정말 더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은 미국보다 원정 시 체력 안배가 쉬운 환경은 아니다. 챔피언스필드는 실내 훈련이 가능하기에 큰 문제가 없지만, 원정에서 똑같은 환경을 찾기가 쉽진 않아 조심스럽게 접근 중"이라며 "최대한 야외 활동을 줄이고 전체적인 훈련 양도 조절해 나아갈 생각"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정작 자신의 체력은 걱정되지 않을까. 이에 대해 윌리엄스 감독은 "항상 머릿속으로 '눈 오는 날이든, 더운 날이든 항상 화씨 72도(섭씨 22도)의 화창한 날'이라고 되뇌인다"며 "때로는 자신을 속일 필요도 있다"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