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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투수는 야구에서 가장 위험한 포지션이다."
야구에서 가장 위험한 선수는 흔히 포수를 꼽는다. 150㎞를 넘나드는 투수의 직구와 170㎞ 이상이 찍히는 타자의 파울 타구에 바로 앞에서 노출되기 때문이다. 포수가 두터운 보호장비로 몸을 감싸는 이유다. 같은 이유에서 타자들도 팔꿈치와 무릎, 종아리 등에 보호대를 착용한다. 머리에도 헬멧을 쓴다. 시야가 방해받더라도 안면까지 보호하기 위해 검투사 헬멧을 쓰는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투수에겐 아무런 보호 장비가 없다. 투수가 선 마운드는 가장 잘 맞은 타구가 날아가는 방향이다. 다른 야수들과 달리 타자와의 거리도 매우 가깝다. 연습 때 배팅볼을 던지는 투수는 공을 던진 뒤 보호망 뒤로 몸을 피한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 나선 투수 앞에는 아무 것도 없다. 그만큼 언제나 위험에 노출돼있다. 타구에 맞아 부상을 입는 투수가 종종 발생하는 이유다.
미국의 경우 투수용 헬멧이나 헤드기어, 두터운 패드를 댄 야구모자(패딩 캡) 등의 장비가 나와있다. 하지만 MLB에서도 불편하고 거슬린다는 이유로 대중화되지 않았다. MLB를 떠난지 오래인 알렉스 토레스가 아직까지도 '패딩 캡'의 대명사로 거론될 정도다. 심지어 타구에 머리를 맞고 큰 부상을 당했던 브랜든 맥카시(은퇴)나 맷 슈메이커(토론토 블루제이스)도 이 같은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는다.
투수의 보호장비 착용에 대한 KBO리그 감독들의 의견은 어떨까. 무엇보다 한용덕 한화 감독의 의견이 궁금했다. 그는 현역 시절 통산 482경기에 출전, 120승을 거둔 명투수다. 이승헌의 사고를 눈앞에서 목격한 투수 출신 감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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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의 보호장비 착용에 대해 고민을 해볼 필요는 있는 거 같아요. 미국에서 쓰는 보호용(패드) 모자 같은 거. 저도 현역 시절에 여러 차례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있었어요. 팀 동료 중에 얼굴에 타구를 맞은 선수도 봤고. 아무래도 가장 강한 타구가 날아오는 자리니까, 투수는 제일 위험한 포지션이라고 볼 수 있죠."
착용시 투수의 불편함에 대해서는 "분명히 신경쓰일 것"이라고 공감했다. 하지만 한 감독은 "연습할 때 자주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익숙해질 수 있으니까"라며 "예전에 비해 타자들이 힘이 워낙 좋아서, 반사신경만으로 대처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손혁 키움 히어로즈 감독 역시 "현실적으로 투구 직후 날아오는 타구에 바로 반응하기는 어렵다. 반사신경 강화 훈련만으로는 쉽지 않다. 특히 머리를 보호하는 방법은 꼭 필요할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손 감독 역시 "헬멧 같은 걸 쓰면 불편하다. 투수들은 정말 쓸데없는 것까지 예민할 수밖에 없다. 투구 밸런스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수비할 때도 불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강제하지 않는 이상 보호장구를 착용하는 투수는 거의 없을 거라는 설명. 그는 "만약 쓴다면, 캐치볼부터 단계적이고 장기적인 연습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좀더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투수라는 포지션의 특성상 헬멧이나 보호장비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 그보다 이강철 감독이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요즘 투수들의 기본기였다. 투구 직후 수비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
"요즘은 공을 던지면 그냥 그 방향으로 달려가버리니까. 투구에 온힘을 쏟는 것도 좋지만 그 다음에 수비 자세를 취하지 않는 건 투수로서의 기본기가 전보다 떨어진 게 아닌가 싶어요. 소형준 같은 경우는 던지고 나면 딱 서거든요? 김민도 왼발 착지가 일정하지 않았는데 교정이 됐고. 보호장비를 착용하는 것보다 이런 기본기를 가다듬는게 좀더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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