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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던' 있지만, 이대호 맞추면 사과해"…KBO 출신 외인들이 소개한 韓야구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0-05-06 09:12


공에 맞은 이대호(왼쪽)와 NC 모창민. 사진=스포츠조선DB, NC다이노스 제공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미국인들이 밤잠을 설치며 한국 야구를 보는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 5일 개막한 KBO리그가 ESPN을 통해 미국 현지에 생중계되고 있다. 미국 팬들은 한국 야구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며 자신의 응원팀을 찾느라 분주하다.

미국 현지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 야구 문화는 역시 '배트 플립(bat flip, 배트 던지기(빠던))'이다. ESPN은 개막전 경기에 앞서 KBO리그의 3대 배트 플립으로 롯데 자이언츠 정훈,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 두산 베어스 시절 최준석의 영상을 소개하며 "한국 야구에는 홈런 세리머니가 있다. 축구의 골 세리머니 못지 않다"며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개막전 6회초 NC 모창민이 박석민에 이은 두 타자 연속 홈런을 때린 뒤 배트를 던지자 "올시즌 첫번째 배트플립"이라며 열광하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는 응원 문화와 불문율에 초점을 맞췄다. 매체는 6일(한국시각) 뜨겁고 열정적인 한국의 응원문화에 대해 '한국은 각 팀의 모든 타자들을 위한 맞춤형 응원가와 치어리더에 의해 주도되는 응원 루틴이 9이닝 내내 울려퍼진다. 마치 대학미식축구(NCAA풋볼) 경기장의 에너지와 EPL 경기장의 노래 문화를 합친 것 같다'고 소개했다.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로 뛰었던 조시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 브렛 필(전 KIA 타이거즈), 에릭 해커(전 NC 다이노스) 등은 한국야구 문화의 목격자 겸 전도사로 나섰다.

LA 다저스의 더블A팀 타격 코치로 활동중인 필은 "한국 팬들은 15대0으로 지고 있어도 목이 터져라 노래하는 사람들"이라고 회상했다. 필이 활약한 2014~2016년 KIA는 8-6-5위로 부진했다. 하지만 광주구장 객석에서는 모든 팬이 입을 모아 '남행열차'를 합창하곤 했다. 해커는 "한국 관중 2만 명이면 미국 관중 5만 명보다 훨씬 크게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린드블럼은 롯데와 두산을 거치며 한국에서 5년간 활약했다. 지난해 KBO리그 시즌 MVP이기도 하다. 그는 "어느날 스포츠 채널을 틀었는데, 두 남자의 테트리스 대결이 방송되고 있더라. 한국 야구가 훨씬 재미있을 것"이라며 "'타이거스의 브렛 필'은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던 응원가 중 하나"라고 증언했다.

한편 배트 플립이 허락된다고 해서 한국 야구에 불문율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매체는 '몸에 맞는 공이 나오면, 투수가 모자를 벗어보이는 등의 사과 제스처를 취할 거라는 기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KBO리그 전문 사이트 'MyKBO'의 운영자 댄 커츠는 '연령에 따른 위계질서가 있다'고 강조했다.

커츠는 "예를 들어 24살 짜리 투수가 이대호(37·롯데 자이언츠)를 맞춘다면, 즉시 모자를 벗고 절을 하는게 좋다. 자칫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린드블럼도 "(한일 통산 626홈런을 친)이승엽이 등장할 때면, 난 고개를 숙여 존경의 뜻을 표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팬들은 '미지의 세계'인 한국 야구에서 새로운 응원팀을 찾아야한다. 이번주 ESPN 중계는 미국에도 친숙한 브랜드인 삼성과 LG 트윈스에 집중됐다. 현지 SNS에는 '우리 집 TV와 냉장고, 식기세척기 모두 삼성 제품이니까 난 삼성을 응원하겠다', '뉴욕 양키스와 유니폼이 비슷하니 내 선택은 LG', '역대 성적으로 보면 KIA야말로 양키스', '류현진의 팀 한화 색깔이 예쁘다' 등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커츠는 "야구팀 응원하는데 무슨 논리가 있나. 삼성 휴대폰을 쓴다면 삼성을 응원해보라. 뉴욕 메츠 팬이라면 LG 응원이 어떠냐"고 추천했다. 메츠는 1986년 이후 34년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다. LG 역시 1994년 이후 26년?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다는 점에서 동병상련을 느낄만하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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