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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포커스]박찬호-류현진이 뚫었던 5선발 경쟁...김광현도 계보 잇나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0-02-12 15:30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이 12일(한국시각) 세인트루이스 스프링캠프장에서 첫 불펜피칭을 했다. 주피터(미국 플로리다주)=권인하 기자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역사는 늘 도전으로 시작됐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32)은 KBO리그 출신으로는 16번째, 투수로는 11번째 빅리그 도전자다. 지난해 12월 포스팅을 통해 2년 800만달러에 계약하며 미국 대륙 정벌 기회를 잡았다. 계약 액수가 말해주 듯 세인트루이스는 김광현으로부터 일정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예상 보직은 선발 또는 롱릴리프, 좌완 불펜이다.

물론 김광현의 목표는 선발 한 자리를 따내는 것. 세인트루이스도 김광현을 5선발 후보로 보고 있다. 세인트루이스는 지난해 잭 플레어티(11승8패, 2.75), 마일스 미콜라스(9승14패, 4.16), 다코타 허드슨(16승7패, 3.35), 애덤 웨인라이트(14승10패, 4.19), 마이클 와카(6승7패, 4.76)로 이어지는 5인 로테이션을 운영했다. 이 가운데 와카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은 올시즌에도 1~4선발로 활약한다.

5선발 자리는 경쟁구도다. 지난해 마무리로 24세이브, 평균자책점 3.17을 올린 카를로스 마르티테스(29)가 선발 복귀를 원하고 있고, 팀도 기회를 주겠다고 한다. 여기에 김광현이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다. 마르티네스는 2015~2017년, 3시즌 동안 붙박이 선발로 등판해 합계 42승27패, 평균자책점 3.24를 올리며 주축 선발로 활약한 경력이 있다. 최근 불펜투수로 활약했지만, 이번에 선발 복귀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나섰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는 최근 보도에서 '스프링트레이닝이 시작되면 마르티네스는 선발 경쟁을 할 것이다. 그러나 코칭스태프가 선발 보직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그는 다시 마무리로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마르티네스는 90마일대 후반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는데, 2018년 어깨, 옆구리 등 부상이 이어지자 로테이션에서 제외되면서 불펜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지난해 마무리 투수로 재기에 성공하면서 다시 로테이션 복귀를 꿈꾸게 됐다. 마르티네스가 시범경기에서 3년 전 기량을 회복하면 김광현이 선발 보직을 받기는 매우 힘든 상황이다. 더구나 내년까지 5년 계약이 돼있는 마르티네스는 연봉 1170만달러를 받는 '거물'이라 선발 복귀가 유력한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보고 있다. 김광현이 확실한 강점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5선발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다만 MLB.com은 세인트루이스 뎁스차트에서 김광현을 선발 5번째, 마르티네스를 6번째로 지목했다. MLB.com은 이날 김광현의 스프링트레이닝 첫 불펜피칭 소식을 전하며 '김광현은 어떤 역할이든 할 수 있다고 했다. 좌완 불펜도 가능해 팀에는 큰 자산이지만, 그는 5선발을 겨냥하고 있다'며 '김광현은 이날 불펜피칭을 통해 선발 한 자리를 맡을 준비가 돼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1997년 플로리다 베로비치 다저타운에서 불펜피칭을 하고 있는 LA 다저스 박찬호. 스포츠조선 DB
코리안 빅리거 선배들의 스프링캠프 5선발 경쟁은 승리의 역사로 기록돼 있다. '개척자' 박찬호는 풀타임 2년째인 1997년 스프링캠프에서 당대 최고의 너클볼러 톰 캔디오티를 제치고 5선발을 꿰찼다. 시범경기에서 박찬호는 주무기인 90마일대 후반의 강속구만 뿌린 게 아니라 한층 예리해진 커브와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며 이닝을 끌고가는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마흔살의 노장 캔디오티에 판정승을 거뒀다. 시즌 초 다저스 로테이션은 라몬 마르티네스, 노모 히데오, 이스마엘 발데스, 페드로 아스타시오, 박찬호 순이었다. 풀타임 선발 첫 시즌인 그해 박찬호는 14승8패, 평균자책점 3.38을 올리며 선발투수로 성공가도를 열어젖혔다.

류현진도 2013년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 스프링캠프에서 수많은 경쟁자들을 뚫고 선발 한 자리를 차지했다. 당시 다저스는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 조시 베킷, 애런 하랑, 크리스 카푸아노, 테드 릴리, 채드 빌링슬리 등 선발 왕국이었다. 그는 7차례 시범경기에서 27⅓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3.29를 올렸다. 게다가 당시 돈 매팅리 감독은 한술 더 떠 류현진에게 2번째 선발을 맡겼다. 그레인키가 부상 때문에 컨디션을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빌링슬리가 손가락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되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류현진이 시범경기에서 강력한 인상을 심어준 때문이었다. 시즌 초반 다저스 로테이션은 커쇼, 류현진, 베킷, 그레인키, 빌링슬리 순이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류현진이 2013년 2월 다저스 스프링캠프지인 애리조나 글렌데일에서 실전 투구를 하고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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