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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두산 이형범 "이름 한글자 바꿨는데 운명이 달라졌어요"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9-09-09 16:30


이형범.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125억 포수' 양의지의 FA(자유계약선수) 보상선수 이형범. 이형범은 보상선수로 지명을 받았던 그때를 "정말 부담스러웠다. 걱정을 많이했다"고 돌이켰다. 하지만 몇개월 후 평가는 달라졌다. 이제 이형범은 두산 베어스의 불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올 시즌 60경기에 등판해 55⅔이닝동안 6승2패 평균자책점 2.26. 시즌 첫 출발은 롱릴리프 혹은 추격조였다. 하지만 조금씩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필승조로 격상됐고 일찌감치 마무리 투수까지 꿰찼다. 이형범은 시즌초를 생각하며 "이정도까지는 생각 못했다. 1군에서 잘 버티면서 롱릴리프 정도를 하는 것이 목표였다. 초반에 행운의 구원승을 거두기도 하고, 등판할 때마다 결과가 좋다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1군에서 성적이 좋으니까 나도 모르게 마운드에서 막 힘이 나더라"며 돌아봤다.

두산팬들은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양의지가 팀을 떠난 것에 속상해했지만, 동시에 이형범이라는 새로운 필승 요원을 얻은 것에 환호하고 있다. 팬들의 이런 반응을 이형범도 잘 알고 있다. "처음 두산에 왔을 때는 걱정을 많이 했다. (양)의지 형의 보상선수로 온거라 부담이 컸다"는 그는 "이제는 팬분들이 좋아해주시니까 기분이 좋다. 그 힘으로 야구를 한다"며 활짝 웃었다.

올 시즌 하재훈(SK) 고우석(LG) 문경찬(KIA) 등 떠오르는 마무리 투수들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이형범도 그 사이에서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내고 있다. "마무리투수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적은 없었다. '마무리로 올라가면 어떤 느낌일까?' 예상은 해봤었는데, 반드시 하고싶다는 생각은 못해봤다"는 이형범이지만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멘털이 그가 가진 최대 장점이다. 이형범은 "나 역시 부담을 많이 가지고 올라간다. 약한 모습을 안보이려고 마운드에서 일부러 표정도 험하게 짓고, 표정도 세게 짓는다. 타자들과의 기 싸움에서 안밀리려고 한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이형범. 스포츠조선DB
최근 팔에 피로가 쌓였던 이형범은 등판 준비 대신 휴식을 명령 받았다. 두산이 비로 인해 연속 4경기 우천 취소가 되면서, 쉬어야하는 이형범 입장에서는 마음의 부담이 덜했다. 이형범은 "조금 피로가 쌓여서 팔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 마무리를 하다보면 1구, 1구 워낙 세게 던지다보니 무리가 온 것 같다. 그래도 팀이 계속 이기고 있었던 상황이라 좋았다. 이제 다시 나갈 수 있는 상태가 됐다. 지금 중요한 시기인만큼 빨리 도움이 되고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2012년에 프로에 입단했지만, 두산에 오기 전까지 전 소속팀 NC 다이노스에서 이형범은 '유망주'였다. 1군 등판한 경기수가 모두 합해서 39경기에 불과했다. 이제는 여엇한 주전 멤버가 된 이형범에게 누구보다 열렬한 지지를 보내주는 지원군은 부모님이다. 화순에 계시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울까지는 자주 못오지만, 광주 원정을 가면 아들의 경기를 보러 오신다. 이형범은 "사실 올해초에 개명을 했다. 이름을 바꾼 건 아니고 한자를 바꿨다. '범'자가 원래 '법 범(範)'이었는데, 어머니가 올해초에 용한 곳에서 이야기를 듣고 오셔서 '뜰 범(泛)'으로 개명을 했다. 얼마전 어머니랑 통화를 하면서 '진짜 한자 바꾼 덕분에 잘되는거 아닐까?' 이런 이야기를 했다"며 웃었다. 이형범은 또 "잘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신다. 웃음이 많아지셨다. 그 모습을 보는 게 좋다"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올해 그에게 남은 목표는 팀의 우승이다. "아직 포스트시즌 경험이 한번도 없다"는 이형범은 "한국시리즈 무대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막 터질 것 같다. 정말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우리팀 선수들이 워낙 잘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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