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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롯데 채태인, 길었던 시련의 끝이 보인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9-07-31 22:26 | 최종수정 2019-08-01 05:29



[대구=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두 달 간 갈았던 칼이 드디어 번뜩이는 것일까.

지난 30일 두 달 만에 1군에 복귀한 롯데 자이언츠 채태인(37)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이틀 연속 선발 출전해 공-수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전반기 부진 탈출 뿐만 아니라 후반기 활약에 대한 기대감까지 끌어 올렸다.

30일 5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한 채태인은 2루타 1개를 포함, 3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수비에서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최근 지명 타자와 1루수 자리를 오갔던 이대호의 부담도 덜어주는 효과를 만들었다. 이날 롯데가 삼성에 2대5로 패하면서 채태인의 활약은 빛이 바랬다. 그러나 전반기 38경기서 타율 2할6리(102타수 21안타), 3홈런 19타점에 그치던 시절과는 다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31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채태인의 활약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앞선 두 타석에서 무안타에 그친 채태인은 3-2로 역전에 성공한 5회초 2사 1, 2루에서 1타점 중전 적시타를 치면서 팀이 승기를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4-3으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8회초엔 선두 타자로 나서 우전 안타를 터뜨린 뒤 대주자 나경민과 교체됐다. 채태인의 안타로 분위기를 살린 롯데는 강로한의 2타점 3루타, 9회초 터진 전준우의 쐐기 투런포까지 더해 8대4로 승리, 4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전반기 부진의 기억을 날린 이틀 간의 활약이다.

올 시즌 채태인은 고민과 시련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사인앤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채태인의 계약은 올해를 끝으로 만료된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나이를 고려하면 미래를 장담하기 쉽지 않은 상황. 대만, 일본 스프링캠프 기간 부단히 몸을 만들었지만, 마음 한켠에 쌓아놓은 근심까지 숨길 순 없었다. 시즌에 접어든 뒤 좀처럼 오르지 않는 타격감에 부상까지 겹치면서 누구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공필성 감독 대행은 베테랑 중용 기조의 한 축으로 채태인을 지목했다. 그는 "사실 부진에 가장 괴로운게 고참들이다. 앞날을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라면 더 그렇다"며 "(30일 콜업 결정 후) 채태인을 불러 '실력을 보여 스스로 증명하라'는 이야기를 했다. 스스로 반전한다면 분명 동료, 후배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채태인은 공 감독 대행의 기대와 믿음에 확실하게 부응하면서 연패 탈출에 힘을 보탰다.

전성기를 넘어 황혼으로 향하는 채태인의 발걸음을 되돌릴 순 없다. 하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유종의 미'를 꿈꾸는 그의 도전에 돌을 던질 순 없다.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그의 모습은 어쩌면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롯데에게 새로운 힘이 될 수도 있다.


대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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