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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시원시원하다.
정찬헌의 부상으로 시즌 중 갑자기 맡은 마무리 보직. 어느덧 몸에 맞는 옷이 됐다. 벌써 18세이브째. 이제 트윈스 마무리는 누가 뭐래도 고우석이다.
지난 13일 잠실 삼성전, 5-3으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오른 고우석은 오직 직구만 던졌다. 패스트볼 10개, 결과는 삼자범퇴였다. 김상수 박해민 이원석이 모두 고우석의 빠른 볼에 평범한 플라이아웃으로 물러났다. 공이 떠오르는 것 처럼 보이다 보니 히팅포인트가 죄다 공 아래쪽에서 형성됐다. 최고 구속 154㎞.
전광석화 같은 마무리 솜씨. 마운드 위 당당한 모습과 상대 타자를 의식하지 않고 과감하게 꽂아넣는 패스트볼에 트윈스 팬들의 가슴이 뻥 뚫렸다.
겁 없어 보이는 속전속결의 정면 승부. 하지만 정작 본인은 손사래를 친다. "제 직구요? 사실 언제 맞을지 몰라 조마조마 합니다. 얼핏 자신 있게 보일 지 모르지만 정작 겉과 속은 달라요.(웃음)"
불안감을 꾹 참고, 애써 포커페이스로 던지고 있다는 이야기. 약관의 청년 마무리는 피할 수 없는 긴장감을 오히려 집중력으로 역이용하고 있다.
"마무리 처음 맡았을 때보다 지금이 더 긴장돼요. 사실 늘 긴장하는데 처음에는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안하고 올라갔지만 지금은 그런 (우려 섞인) 생각이 들어요. 가뜩이나 날 더워지는데 내가 잘못 던지면 팀 분위기가 확 처질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죠. 그래서 어떤 타자든 긴장하고 던집니다. 저는 카운트가 유리하거나 쉬운 타자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때 더 맞는 것 같아요."
명품 패스트볼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이나 자신감도 의외로 단단하지 않다. "제 직구요? 상대가 절대 못친다기 보다 언제든지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던져요. 극한으로 가는게 좀 더 힘이 나오는거 같아요.(웃음)"
불안감을 역이용해 최대 능력치를 이끌어내는 파워피처 고우석. 그는 어쩌면 다른 의미에서 가장 배짱 두둑한 투수인지도 모른다.
직구와 슬라이더 투피치 위주인 고우석은 가끔 커브도 던진다. 2% 정도로 사용률은 미미하다. 하지만 패스트볼이 워낙 좋아 커브가 크게 필요하지 않다.
"(커브를)던지긴 하는데 불펜에서 몸 풀 때 (유)강남이 형 한테 미리 보여주거든요. 가끔 커브 사인 나올까 기대할 때도 있는데. 안 내시더라고요.(웃음) 제 직구 위력이 좋구나 생각하고 던집니다."
명품 직구로 LG 뒷문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청년 마무리 고우석. 그가 김용수-이상훈-봉중근 등으로 이어진 LG 마무리 투수의 계보를 이을 참이다. 나날이 발전하는 지금의 모습으로는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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