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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야속한 상황이었다.
볼카운트 1B2S에서 박건우에게 떨어지는 변화구로 헛스윙을 유도했지만 포수가 공을 막지 못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폭투 출루였지만 막을 수 있던 공이었다.
후속 김재환이 친 땅볼을 2루수가 병살을 위한 후속플레이를 의식하다 실책을 범했다. 오른 발에 공이 맞고 굴절됐다.
'멘붕'이 올만한 상황. 하지만 원태인은 달랐다. 마치 베테랑 투수 처럼 꿋꿋하게 역경을 헤쳐나갔다. 결국 끝까지 차분하게 제 할 일을 다 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어지간한 고졸 신인 투수였다면 호흡과 밸런스를 잃으며 와르르 무너졌을 상황. 최악의 불운이 역으로 원태인의 그릇을 을 또 다른 각도에서 엿볼 수 있게해 준 경기였다.
1년 차 원태인은 11년 차 유희관과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지난 3월30일 자신에게 프로데뷔 첫 패를 안긴 두산 강타선을 상대로 달아나지 않고 씩씩하게 정면 승부를 펼쳤다. 볼넷은 단 하나 뿐이었다. 특히 악몽의 그날 9회 3점 홈런을 날린 오재일을 상대로 싸우러 들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2회 빗맞은 안타를 내줬지만 4회 큼직한 파울 홈런에도 불구, 과감한 몸쪽 승부로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고졸신인의 역투에 상대 투수 유희관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유희관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상대 선발 원태인 선수가 어렸을 때부터 신동이라 불렸는데 실제 던지는걸 처음 봤다. 잘 던지더라. 상대가 좋은 투구를 해 집중력 잃지 않고 나도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었다. 감히 평가하자면 더 성장하면 한국야구를 이끌어갈 재목이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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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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