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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은 16일 KT전을 앞두고 취재진과의 정해진 인터뷰를 30분간 연기했다. 이례적이었다. 오후 4시 30분 인터뷰실에 모습을 드러낸 김 감독은 "지명타자가 유민상으로 바뀌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더니 속내를 끄집어냈다. "궁금한 게 많겠지만 가급적이면 많은 질문은 하지 않아 줬으면 좋겠다"며 "저는 오늘 경기까지만 KIA 감독직을 수행한다"며 폭탄발언을 했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놓게 된 표면적 이유는 역시 성적부진이다. KIA는 15일까지 13승29패1무(승률 0.310)로 10개 팀 중 꼴찌로 추락해 있었다. KIA는 지난달 21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에서 최하위를 찍었다. 2008년 5월 23일 이후 3985일만이었다. 당시는 8개 구단 체제였다.
이후 5월 초 7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지만 약속했던 반등은 없었다. 3월 개막부터 4월까지 투타 엇박자가 심했다. 5월 투타 밸런스가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지만 타격부진에 또 다시 발목을 잡혔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경험이 적은 젊은 선수들의 활약은 채 한 달을 넘기지 못했다. 베테랑들이 깨어날 때는 젊은 피들이 또 다시 주저앉았다. 결국 김 감독은 팀을 꼴찌에서 구해내지 못한 채 쓸쓸한 퇴장을 맞았다.
사실 팀 성적이 좋지 않아 감독이 모든 책임을 진 것이지만 김 감독은 그야말로 '선수 바보'였다. 자식 챙기 듯 선수밖에 몰랐다. 특히 2015년부터 KIA 지휘봉을 잡은 뒤 자신의 판공비를 선수들에게 쓰라며 코치들에게 돈을 맡기기도 했다. 경기장에선 열심히 일하는 지도자였다. 타자들의 타격 폼 교정부터 심리적 안정까지 도모했다.
무엇보다 '인간미'가 넘쳤다. 김 감독은 야구 콘텐츠 구성원을 존중과 배려로 대했다. 지난해 말 임창용 방출 논란 때도 자신을 비난하는 팬까지 넓은 가슴으로 품었다. 부진한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는 술로 달랬지만 힘내라는 일부 팬들의 응원은 김 감독에게 '천군만마'나 다름 없었다. 김 감독은 마지막까지도 팬을 생각했다. "KIA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KIA는 또 한 명의 '덕장'을 잃었다. 광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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