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양의지에 125억 쏟아부은 김택진 구단주, 과연 본전 뽑을까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9-01-10 07:00


◇김택진 NC 다이노스 구단주. 스포츠조선DB

'김택진입니다. 양의지 선수 사왔습니다.'

지난해 12월 10일. 한 야구 팬사이트에 올라온 글이다. 해프닝, NC팬들의 희망사항 정도로 치부됐지만 놀랍게도 다음날 NC는 양의지 영입을 공식발표했다. 4년 125억원. 야구판 지형을 뒤흔들 수 있는 대형 계약. FA거품이 논란을 만드는 시기에 125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NC. 과연 김택진 구단주의 통큰 투자는 지출에 걸맞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NC의 약진이 어디까지 미쳐야 '본전 생각'이 나지 않을까. 가을야구? 3위? 우승? 천문학적 투자는 다양한 뒷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를 한다면 꼴찌에서 일단 분위기 환기에는 성공했다고 볼수 있다. 양의지의 포부대로 우승을 차지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렵다.


◇김택진 NC 구단주가 지난 2013년 5월 23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SK전을 지켜보고 있다. 스포츠조선DB
린의지로 증명된 야구사랑

NC가 양의지에게 지불한 125억원은 해외리그 유턴파를 제외한 순수 KBO리그 FA가 받은 역대 최고 금액이다. 친정팀 두산이 '필수 전력 사수'를 외치며 적지 않은 금액을 베팅했지만, NC는 이를 뛰어넘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으로 양의지를 낚아챘다.

김택진 구단주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시즌을 꼴찌로 마친 NC는 전력 강화 방안에 고심했지만, '대어' 양의지까지 사정권에 두진 않았다는 분석. 하지만 새 시즌 지휘봉을 잡는 이동욱 감독이 김택진 구단주와 만나 내부 보고를 한 뒤 기류가 급변했다. 이동욱 감독은 "양의지 영입을 따로 요청하진 않았다. 다만 우리 팀 포지션 취약점을 있는 그대로 보고했다. (양의지와의 계약은) 아마 이것이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NC는 김택진 구단주의 '재가'가 떨어진 뒤 양의지와 일주일 사이 네 차례나 접촉해 협상을 속전속결로 마무리 지었다.

김택진 구단주의 '야구 사랑'은 유명하다. 2011년 숱한 반대를 무릅쓰고 야구단을 탄생시켰다. 그해 세상을 떠난 고 최동원의 빈소를 직접 찾아 "고인은 제 마음 속 영원한 별이자 영웅이셨던 분"이라고 눈물을 쏟았을 정도. 2017년엔 NC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야구장을 배경으로 한 자사 게임 광고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4년 연속 가을야구를 치르다 지난해 꼴찌로 추락한 NC를 재건하겠다는 의지는 '린의지(엔씨소프트 게임명에 양의지 이름을 빗댄 별명)'로 증명됐다.


연합뉴스
투자 성과 '125억+α', 본전뽑기는 시작


물론 양의지 영입이 김택진 구단주의 '팬심' 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구단주로서 결정을 내린 것은 결국 더 큰 성과를 위한 투자였다.

김택진 구단주는 2015년 엔씨소프트 주주총회에서 "프로야구단은 희소성 있는 훌륭한 기업 마케팅 수단이며, 이것이 엔씨소프트 전체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야구단 운영에 대한 우려와 어려움은 이해하나, 기업 이미지 제고와 마케팅 효과는 탁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양의지 영입에 소요된 125억원은 NC가 유무형의 가치를 창출해 언젠가는 회수해야 하는 돈이다.

가장 좋은 회수 방안은 성적을 끌어 올리는 것. 프로 구단의 가치 척도 중 첫 손에 꼽히는게 성적이다. 호성적은 구단 내지 모기업의 노출-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높아진 가치가 흥행과 입장 수익-상품 판매 등의 결실을 만든다.

NC가 양의지 영입에 투자한 125억원의 무형적 수익 환수는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도 있다. 김택진 구단주는 양의지 영입이 확정된 뒤 팬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지난 9일 창원에서 열린 양의지 입단식에는 90여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NC 구단 관계자는 "창단식 이후 가장 많은 취재진이 온 것 같다"고 놀랐을 정도. 각종 매체를 통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문제는 성적이다. 투수진이 보강되지 않으면 좋은 포수는 껍데기가 될 수있다. NC는 외국인 투수 둘에 국내 선발진이 허술하다. 이재학 외에는 신예들이 차고 올라와야 한다. 마무리 이민호가 버티는 불펜진도 리그 전체로 보면 하위권이다. 필승조 재건도 시급하다. 양의지가 왔지만 전력은 여전히 중하위권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성적만으로는 125억원 본전 뽑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NC가 넘어야할 파도가 만만치 않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유소년 스키육성캠프'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