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택진입니다. 양의지 선수 사왔습니다.'
|
NC가 양의지에게 지불한 125억원은 해외리그 유턴파를 제외한 순수 KBO리그 FA가 받은 역대 최고 금액이다. 친정팀 두산이 '필수 전력 사수'를 외치며 적지 않은 금액을 베팅했지만, NC는 이를 뛰어넘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으로 양의지를 낚아챘다.
김택진 구단주의 '야구 사랑'은 유명하다. 2011년 숱한 반대를 무릅쓰고 야구단을 탄생시켰다. 그해 세상을 떠난 고 최동원의 빈소를 직접 찾아 "고인은 제 마음 속 영원한 별이자 영웅이셨던 분"이라고 눈물을 쏟았을 정도. 2017년엔 NC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야구장을 배경으로 한 자사 게임 광고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4년 연속 가을야구를 치르다 지난해 꼴찌로 추락한 NC를 재건하겠다는 의지는 '린의지(엔씨소프트 게임명에 양의지 이름을 빗댄 별명)'로 증명됐다.
|
물론 양의지 영입이 김택진 구단주의 '팬심' 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구단주로서 결정을 내린 것은 결국 더 큰 성과를 위한 투자였다.
김택진 구단주는 2015년 엔씨소프트 주주총회에서 "프로야구단은 희소성 있는 훌륭한 기업 마케팅 수단이며, 이것이 엔씨소프트 전체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야구단 운영에 대한 우려와 어려움은 이해하나, 기업 이미지 제고와 마케팅 효과는 탁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양의지 영입에 소요된 125억원은 NC가 유무형의 가치를 창출해 언젠가는 회수해야 하는 돈이다.
가장 좋은 회수 방안은 성적을 끌어 올리는 것. 프로 구단의 가치 척도 중 첫 손에 꼽히는게 성적이다. 호성적은 구단 내지 모기업의 노출-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높아진 가치가 흥행과 입장 수익-상품 판매 등의 결실을 만든다.
NC가 양의지 영입에 투자한 125억원의 무형적 수익 환수는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도 있다. 김택진 구단주는 양의지 영입이 확정된 뒤 팬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지난 9일 창원에서 열린 양의지 입단식에는 90여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NC 구단 관계자는 "창단식 이후 가장 많은 취재진이 온 것 같다"고 놀랐을 정도. 각종 매체를 통해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문제는 성적이다. 투수진이 보강되지 않으면 좋은 포수는 껍데기가 될 수있다. NC는 외국인 투수 둘에 국내 선발진이 허술하다. 이재학 외에는 신예들이 차고 올라와야 한다. 마무리 이민호가 버티는 불펜진도 리그 전체로 보면 하위권이다. 필승조 재건도 시급하다. 양의지가 왔지만 전력은 여전히 중하위권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성적만으로는 125억원 본전 뽑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NC가 넘어야할 파도가 만만치 않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유소년 스키육성캠프'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