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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선수와 구단의 딜레마, 보장액과 옵션 사이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18-12-12 11:12


2018 프로야구 포지션별 최고의 영예의 선수를 뽑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10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렸다. 시상식 전 레드카펫에서 두산 양의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12.10/

옵션과 보장액, 작지만 큰 차이가 협상 성공 여부를 가른다?

FA(자유계약선수) 최대어 양의지가 NC 다이노스로 이적했다. NC 구단은 11일 양의지와 4년 총액 125억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발표 이후 NC 구단을 통해 양의지의 이적 소감이 공개됐지만, 양의지는 아직 개인적인 인터뷰나 팀을 옮긴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황상 NC에서 제시한 금액과 조건이 양의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원 소속팀 두산 베어스도 지난 주말 양의지 측에 4년 총액 120억원을 내밀었다. 에이전트가 미국 윈터미팅에 갔기 때문에 추후 추가 협상을 기다리던 와중에 양의지가 두산 구단에 NC 이적을 알려왔다. 얼핏 보면, 두 구단이 제시한 총 금액은 5억원 차이다. 물론 일반인들에게는 평균적인 연봉 10배 이상인 큰 금액이지만, 총액 100억원 이상의 대형 계약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는 적은 차이로 느껴질 수 있다. 쉽게 생각했을 때는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양의지가 편한 생활 환경, 익숙한 팀 동료들과 프런트, 수도권이라는 이점을 5억원이라는 차이에 포기하고 연고 없는 낯선 팀으로 옮기는 것이 이해가 안갈 수도 있다.

그러나 옵션과 보장액의 차이를 무시할 수 없다. 언제, 어떻게 선수 생활이 끝날지 모르고, 노후 보장도 되지 않는 야구선수들에게 FA는 가족 전체의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지금 당장은 부족함 없이 살더라도, 아내와 자식들, 부모님 그리고 자신이 은퇴 후 어떻게 살게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벌 수 있을때 최대한 많이 벌어두려는 심리가 작용한다.

두산이 협상 마지막에 제시한 총액 120억원도 옵션 금액이 10억원 가량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을 감안하면, 실제 NC와 두산 구단의 제시액 차이는 최대 15억원 정도로 벌어진다.

현실적인 선수는 이 차이를 무척 크게 받아들일 수 있다.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두산이 제시한 옵션 조건은 달성하기 까다로운 조건은 아니었다. 그러나 불의의 부상이나 선수의 의지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에는 옵션 달성에 실패할 수도 있다. 사소한 부분 같아도 막상 당사자에게는 크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물론 구단의 딜레마도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최후의 장치를 걸어두고 싶다. 어차피 기업이 큰 돈을 쓰는 상황에서 5~10억이 무슨 차이냐고 지적할 수 있지만, 선수에게 옵션으로 동기부여를 제공하고 만에 하나 변수가 생길 경우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여야하는 것이 야구단이 해야하는 업무 중 하나다. 계약 당시에는 누구도 'FA 먹튀'를 예상하지 않는다. 악재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KIA 타이거즈 양현종도 2016시즌이 끝난 후 FA 자격을 얻었지만, KIA와 1년 단위로 계약을 새롭게 하고 있고, 지금까지는 옵션 금액이 계속 포함돼 있었다. SK 와이번스와 6년 최대 106억원 대형 계약을 맺은 최 정도 옵션 금액이 6억원이다. SK 구단은 출장 경기수를 기준으로 옵션을 걸었다. 반면 또다른 SK 내부 FA 이재원은 옵션 없이 4년 총액 69억원을 받았기 때문에 팬들의 기대치 이상의 계약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수와 구단의 옵션-보장액 밀고 당기기는 각자의 입장에서 당연한 조건이다. 10개 구단이 '모든 계약 투명화'를 주장하는만큼 앞으로 더더욱 옵션을 포함한 세부 조건이 계약의 관건이 될 것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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