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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감독은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런데 모든 선택에 관해 '정답'이라는 건 있기 어렵다. 외부에서 볼 때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선택이 나중에는 납득이 되는 경우가 있다. 또 지금 당장 옳은 선택 같아도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게 드러날 때도 있다.
'최진행을 그대로 타석에 둘 것인가'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핀치 히터를 쓸 것인가'. 한 감독은 후자를 택했다. 그러면 또 하나의 질문지가 나타난다.
'누구를 쓸 것인가'. 이번에는 선택지가 많다. '현재 라인업에 없고, 오늘 경기에 나가지 않은 타자' 중에 고르면 된다. 이때 한 감독은 강경학을 대타로 투입했다. 한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상대 투수(안우진)의 슬라이더와 직구가 좋은 데 다른 타자보다는 대처가 잘 될 것 같아서"라고 강경학을 투입한 이유를 밝혔다. '구종에 대한 대처능력'을 언급한다는 건, 감독의 안목과 판단으로 봤을 때 당시로서는 강경학이 최선의 카드였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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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점차 열세의 7회말 2사 1, 2루에서 나오는 대타에게는 '진루타'가 아니라 '적시타'의 임무가 부여된다. 이왕이면 2루타 이상의 장타를 기대할 수 밖에 없다. 강경학이 이런 역할에 어울리는 캐릭터인 지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또한 당시 벤치에는 김태균이라는 걸출한 타자가 대기하고 있었다. 비록 전날 5회말 2사 만루 찬스에서는 대타로 나와 3구 삼진을 당했어도, 여전히 상대 투수 특히 포스트시즌에 첫 등판한 신인 투수에게는 본인의 커리어와 아우라로 위압감을 줄 수 있는 베테랑이다.
무엇보다 김태균은 한화의 상징과 같은 캐릭터다. 답답한 경기에 실망하던 팬들은 그의 등장 하나만으로도 다시 열광할 수 있다. 그렇게 커진 기운은 분명 상대팀에 부담감으로 작용할 여지도 분명히 있다. 한 감독은 전날 대타 실패에 관해 "내가 경기 초반 너무 부담스러운 상황에 투입한 것 같다"면서 "(김태균은)계속 그렇게 쓰겠다. 한 번은 해줄 것"이라고 신뢰감을 보였다. 하지만 경기 후반에 꼭 필요한 상황에서 자신이 한말과는 달리 쓰지 않았다. 김태균이 준비가 덜 돼 있던 것인지, 아니면 한 감독이 혹여 그에 대한 신뢰를 거두어 간 것인지 의문이 남는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