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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막판 어려움에 처한 LG 트윈스가 그래도 희망을 끈을 놓지 않는 것은 에이스나 다름없는 타일러 윌슨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윌슨은 7⅔이닝 동안 5안타 4볼넷을 허용하고 4실점했다. 기록상 퀄리티스타트는 아니지만, 내용으로 보면 그 이상의 값진 투구였다. 7회까지 1실점으로 잘 막은 윌슨은 3-1로 앞선 8회초 2사 만루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LG 벤치는 이미 정찬헌을 불펜에 대기시키고 있던 상황이었고, 2사 2,3루서 KT 4번 멜 로하스 주니어 타석에서 고의4구를 지시했다.
투구수 102개를 기록한 윌슨은 정찬헌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하지만 정찬헌은 등판하자마자 5번 황재균을 상대로 어려운 투구를 이어갔다. 변화구 제구가 전혀 되지 않았다. 정찬헌은 볼카운트 2B1S에 몰리자 4구째 카운트를 잡기 위해 변화구가 아닌 직구를 뿌렸다. 황재균이 이를 놓치지 않고 배트 중심에 맞혔다. 타구는 중견수 왼쪽으로 날아가더니 펜스 근처에 떨어졌다. 그 사이 주자 3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전세가 3-4로 뒤집어졌다. 윌슨은 자신이 내보낸 주자들이 모두 실점으로 연결됐기 때문에 승리투수는 커녕 패전을 안아야 할 처지가 됐다.
윌슨은 앞서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올렸지만, 지난 6일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6이닝 1실점으로 시즌 9승을 따냈을 뿐 12일 넥센 히어로즈전과 18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타선과 불펜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이날 KT전도 마찬가지다. 모처럼 리드를 안고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불펜이 경기를 그르치고 말았다.
윌슨은 올시즌 이날까지 25경기에서 19번의 퀄리티스타트를 올렸다. 그러나 승수는 그 절반도 안된다. 이날은 특히 평균자책점을 2점대로 낮출 수 있었지만, 정찬헌의 난조로 실점이 4개로 늘면서 3.09로 오히려 나빠졌다. 승패는 9승4패 그대로다.
경기 후 류중일 감독은 "윌슨이 잘 던졌는데 승리를 챙겨주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