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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1호 3년연속 40홈런 박병호, 역사와 승리를 다 이뤘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9-18 23:07 | 최종수정 2018-09-19 01:21


2018 KBO리그 두산과 넥센의 경기가 1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7회말 넥센 박병호가 중월 3점 홈런을 치고 있다.
고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9.18/

'스타'는 홈런을 친다. '판타지 스타'는 그 홈런으로 팀을 이기게 한다. '영웅'은 그 홈런으로 팀을 이기게 만드는 동시에 역사의 한 페이지까지 작성한다. 넥센 히어로즈 4번타자 박병호는 스타나 판타지 스타를 넘어선 '히어로', 진정한 영웅이다.

박병호가 패색이 드리워진 경기 후반 결정적 스리런 홈런으로 팀을 구해냈다. 또한 그 홈런으로 역대 KBO리그 첫 3년 연속 40홈런의 대기록까지 완성했다. 뿐만 아니다. 이는 박병호의 통산 250번째 홈런이기도 했다. 모든 순간이 하나의 '영웅담'으로 이어진다.

박병호는 18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해 팀의 10대7 재역전승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4-7로 끌려가던 7회말 무사 1, 3루 타석에서 두산 세 번째 투수 박치국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극적으로 동점 스리런포를 날렸다. 앞서 4회 솔로포를 날린 두산 4번 김재환과의 홈런 격차를 1개로 줄인 올 시즌 박병호의 40번째 홈런이었다.


2018 KBO리그 두산과 넥센의 경기가 1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7회말 넥센 박병호가 중월 3점 홈런을 친 후 홈에서 김하성과 기뻐하고 있다.
고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9.18/
불리한 승부였다. 박치국은 두산 벤치가 일부러 박병호를 상대하라고 내보낸 스페셜리스트였다. 이날 전까지 박병호는 박치국과 2번 만나 모두 범타에 그쳤다. 병살타도 1개 기록했다. 까다로운 상대임이 틀림없다. 기록 면에서 두산 벤치의 선택은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그래 봐야 겨우 두 번 상대했을 뿐이다. 이제 만 20세 프로 2년차 박치국이 넘기에 박병호는 너무나 거대한 벽이었다. 초반 주도권은 박치국이 잡았다. 1구, 2구 모두 헛스윙. 커브와 패스트볼 모두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박병호는 이 순간에 대해 "투 스트라이크가 되고 나자 '끝났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완전히 끝난 건 아니었다.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박병호는 전략을 바꿨다. 참기로 했다. 상대가 먼저 흔들리길 기다렸다.

박치국의 혈기는 이 기다림을 버텨내지 못했다. 직구-커브, 다시 직구로 유혹했다. 그러나 박병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꼬임에 안 넘어오자 오히려 급해진 건 박치국이었다. 승부의 흐름이 완전히 뒤바뀐 순간이다. "볼을 골라내는 과정에서 찬스가 만들어졌다. 스리볼이 나왔고,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기다림 뒤에 박병호의 본능이 말했다. '이제 칠 때'라고.


2018 KBO리그 두산과 넥센의 경기가 1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7회말 넥센 박병호가 중월 3점 홈런을 친 후 홈에서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고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9.18/
박치국의 6구째는 119㎞커브였다. 바깥쪽으로 높게 날아왔다. 놔두면 볼. 그러나 박병호의 스윙은 이미 공이 박치국의 손끝을 떠난 순간부터 가동되고 있었다. 본능이 말한 대로, 그는 바깥쪽 공을 힘껏 받아 쳤다. 야구장을 반으로 가른 흰 선이 가운데 담장 뒤로 떨어졌다. 박병호가 이겼다. 역사의 한 페이지도 새로 쓰여졌다. 'KBO 사상 첫 3년 연속 40홈런, 박병호가 기록하다'라고.

박병호는 "분위기가 바뀐 찬스를 살리려고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담담히 말했다. 대기록과 극적인 역전승 앞에서도 그는 희미한 미소만을 지을 뿐이었다. 다만 이런 말은 했다. "3년 연속 40홈런에 대해 신경을 안 쓰려고 했지만, 솔직히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기록이었다. 그래도 중요한 상황에서 홈런이 나왔고, 팀이 이길 수 있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 박병호다운 겸손이다.


박병호는 8회에도 8-7에서 9-7을 만드는 적시타를 날렸다. 오히려 이 장면에 대해 "그런 게 정말 기분이 좋다"며 감정을 드러냈다. 팀 승리를 확정 짓는 순간이 대기록의 달성보다 박병호에게 더 큰 만족감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박병호는 지속적인 승리를 다짐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매 경기 이기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팀 동료들과도 '위도 아래도 보지 말고, 그저 매 경기 이기려고 하자'는 이야기를 한다. 오늘처럼 내일도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스포트라이트가 아닌 승리를 갈망하는 것 역시 영웅의 전형성이다.


고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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