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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까지 던진 공은 101개. 그리고 또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더 던졌다. 하지만 패전이라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니퍼트 덕에 양팀 더그아웃은 경기 전부터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니퍼트와 호흡을 맞추는 KT 포수 장성우는 "평소와 똑같은 것 같다"고 말했지만, 김진욱 감독은 "신경이 안쓰인다면 그게 이상한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3년간 함께 하다 이별한 두산 김태형 감독은 "기분이 조금 그렇기는 하다"면서도 "누가 유리하다거나 특별한 건 없다"고 밝혔다.
긴장감 속에 시작된 경기. 하지만 니퍼트가 1회부터 허무하게 실점을 하고 말았다. 2사 1, 3루 위기서 양의지를 빗맞은 플라이로 유도했는데, 2루수 박경수가 처음 타구 판단을 잘못해 아웃이 될 수 있었던 타구가 우중간 텍사스 안타로 변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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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01개의 공을 던진 상황에서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자신은 7이닝 3실점으로 선발투수로서의 역할을 다했지만, 타자들이 상대 선발 이용찬의 구위에 밀리며 단 1점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이기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 8회 등판에서 느껴졌고, 8회 2사 후 김재환과 양의지를 연속 출루시키며 위기를 맞았지만 오재원을 땅볼 처리하며 이날 투구를 마쳤다. 8이닝 115개 투구 9안타(2홈런) 1볼넷 6탈삼진 3실점. 두산 시절 보여줬던 전성기 피칭 내용은 아니었지만, 어찌됐든 니퍼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마운드에서 다 해냈다. 다만, 자신이 내려간 뒤에도 KT는 점수를 뽑지 못했고 9회 추가 실점을 하며 0대6으로 패해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결국, 전 동료들이 더 강했을 뿐이다. 두산 타자들도 어려운 대결이었을 게 뻔하다. 생소함 때문. 니퍼트가 어떤 공을 던지냐는 걸 떠나, 오랜 시간 같은 팀 소속으로 상대를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고작 스프링캠프에서 라이브 배팅 몇 차례 상대를 한 경험인데, 두산 타자들은 높은 타점에서 찍혀 내려오는 니퍼트의 공에도 당황하지 않고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선발 이용찬도 7이닝 동안 6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최근 물올랐던 KT 타선을 무실점으로 잠재웠다. 조수행, 허경민 등 야수들은 안정감 있는 수비로 부담스러운 대결을 하는 이용찬을 도왔다. 공-수 집중력에서 선두팀다운 모습을 확실히 보여줬다. KT 선수들도 니퍼트 승리를 위해 여러차례 호수비를 펼치며 최선을 다했지만, 점수를 뽑지 못하니 타석에서 점점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두산 시절 니퍼트를 승승장구하게 했던 동료들이 이 날은 처음으로 적이었다. 그리고 니퍼트는 전 동료이자 적들이 얼마나 강했는지 느낀 하루였을 것이다.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