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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미래'라 불리는 두 사나이가 성장통을 겪고 있다. 유격수 하주석(24), 포수 최재훈(29). 이들의 심각한 무기력 방망이.
'성장통'이라는 단어를 쓰기엔 이미 선수인생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나이지만 코칭스태프의 판단은 좀 다르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하주석에 대해 "아직 경험을 더 쌓아야하는 선수다. 공격을 빼도 수비에서 큰 보탬이 된다"고 했다. 최재훈을 두고서도 "풀타임 경험이 많진 않다. 투수 리드로 팀승리에 큰 공헌을 한다"며 감싼다. 한 감독은 "팀의 미래를 위해서도 이들의 회복이 필요하다"며 인내하고 있다.
둘은 지독한 슬럼프지만 팀은 2000년대 들어 제일 잘 나가고 있다. 한화는 2일 현재 3위 SK에 3게임차 앞선 단독 2위다. 48승32패로 승률 6할을 찍었다.
둘에게는 팀의 돌풍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최악의 슬럼프 중에 팀성적마저 곤두박질쳤다면 이미 2군 둥지인 서산행을 통보받았을 지 모른다. 거센 2군행 압박에도 불구하고 코칭스태프가 비난 화살을 꿋꿋하게 받아내고 있다. 인내 원동력은 승리와 부활할거라는 믿음이다.
이제 시즌은 반환점을 돌았고, 순위싸움은 격화되고 있다. 앞으로 놓여질 상황은 둘에게 그리 녹록치 않다. 치고 올라오는 경쟁자들이 매우 강하다. 하주석은 몰라보게 달라진 강경학을 의식할 수 밖에 없다. 최재훈은 방망이에서 후배 포수 지성준에게점차 밀리는 모양새다.
올해는 3할에 도전할거라 봤던 '미친 재능' 하주석은 올시즌 77경기에서 타율 2할2푼5리, 6홈런 23타점을 기록중이다. 반면 지난달 3일 1군에 진입한 '하주석 그림자' 강경학은 한달간 타율 3할8푼3리, 3홈런 15타점을 기록했다. 하주석이 기록적인 삼진으로 고통받는 사이 강경학의 방망이는 쉴새없이 돌아갔다. 찬스에선 더 강했다.
강경학은 약점으로 여겨졌던 수비마저 견고해진 모습이다. 몰라보게 좋아졌다. 안정감 있는 푸트워크와 송구. 모든 플레이에서 여유와 자신감이 느껴진다. 강경학은 2루와 유격수 포지션을 두루 소화할 수 있다. 신인 정은원, 돌아올 정근우. 한화 내야는 마치 폭풍전야다.
최재훈은 상황이 좀더 심각하다. 주전포수 경쟁에서 지성준에 멀찌감치 앞서 갔지만 점차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최재훈은 타율 2할1리, 0홈런 15타점을 기록중이다. 지성준은 지난주 2경기 연속 결승 스리런홈런과 끝내기 역전 스리런 홈런을 날렸다. 올시즌 타율 2할6푼 3홈런 16타점을 기록중이다.
장종훈 수석코치 겸 타격코치는 한화의 미래 거포로 지성준과 내야수 김태연을 꼽은 바 있다. 지성준은 적극적인 스윙과 타격 재능, 파워를 겸비했다. 강한 어깨도 포수로서 장점이다.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제이슨 휠러도 선발 등판때마다 지성준과 손발을 맞추고 있다. 포수는 체력부담으로 번갈아 마스크를 쓴다. 하지만 현 추세라면 무게중심은 지성준 쪽으로 쏠릴 수 밖에 없다. 경험이 쌓이면서 지성준의 투수 리드도 시즌 초반에 비해 몰라보게 좋아져다는 내부 평가다. '식물 타선'으로 전락한 하위타선에서 지성준의 존재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주석과 최재훈은 몇 달째 마음고생이 심하다. 결국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프로는 경쟁에서 밀리면 살아남을 수 없다. 온정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냉정한 곳이다. 그나마 리빌딩 중인 팀방향성과 믿음의 끈을 놓지 않는 사령탑의 존재는 둘에게 큰 혜택이다.
다만 남은 석 달은 좀 다르다. 한화는 큰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11년만에 가을야구 도전. 역사적인 시즌을 치르는 중이다.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잘해야 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