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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볼모 잡은 '경기 강행' 고집, 과연 옳았나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8-07-01 18:05





"아~ 뭐야 이거~"

1일 대전구장. 롯데 자이언츠-한화 이글스전을 관전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실망과 아쉬움 속에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이날 관중들이 입장하기 시작한 것은 경기시작 40분 전. 사실 경기 개최가 의심스러운 상황이었다. 낮부터 내린 장대비가 이미 그라운드를 축축하게 적신 상황. 양팀 더그아웃 앞에는 거대한 물웅덩이가 생겼다. 선수들이 타석으로 진입하는 자리에는 수로까지 생겼다. 빗줄기는 약해졌다 강해지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허 운 KBO 경기위원(감독관)은 무슨 이유에선지 '경기 강행'을 고수했다. 이날 중계를 맡은 방송사 관계자와 그라운드를 거닐며 인사를 나눈 직후였다. 한용덕 한화 감독 뿐만 아니라 조원우 롯데 감독까지 그라운드로 나와 경기감독관에게 "(경기 강행시) 훈련 시간이 확보되지 않았고 그라운드 상태도 좋지 않아 선수들의 부상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러나 경기감독관은 '경기를 할 수 있으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홈팀 한화 측에서 경기 시작 1시간을 앞둔 오후 5시쯤 대형 방수포를 걷었다.

양팀 선수들도 볼멘 소리를 했다. 훈련 없이 경기를 치를 판이었다. 홈팀 한화 뿐만 아니라 원정팀 롯데 선수단 모두 더그아웃에서 경기감독관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방수포가 걷어졌으나 그라운드 정비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되자 앉아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라운드 상태가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 경기를 강행할 경우 찾아올 수 있는 부상에 대해 우려하는 눈치였지만 방도가 없었다.

관중들은 그라운드 정비가 진행 중인 가운데 경기장에 입장했다. 그러나 이내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방수포를 걷고 정비가 진행중이었던 그라운드는 삽시간에 웅덩이로 변했다. 결국 경기감독관은 경기시작 15분이 되서야 우천 취소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경기장에 입장했던 관중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빗물로 인해 잔뜩 미끄러워진 경기장 계단 탓에 안전사고가 우려될 지경이었다. 다행히 사고 없이 관중들이 경기장을 빠져 나갔지만, 경기 개최 선언으로 분주히 움직이던 경기장 내 식음료 관계자들은 고스란히 손해를 떠안게 됐다. 홈팀 한화 측은 급히 발권했던 입장권 환불에 진땀을 빼야 했다.

이날 대전구장을 찾은 야구계의 한 관계자는 "일기예보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됐고, 기상 레이더에도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이 되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그라운드 상태가 정상적인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왜 감독관이 경기 강행을 고수했는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팬들이 일정대로 야구를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완벽한 컨디션으로 좋은 경기를 펼쳐 보여야 팬들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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