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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불펜 마운드의 전설 정재훈(38)이 지도자가 돼서 다시 팬들 앞에 섰다.
정 코치는 휘문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199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37번으로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2015년 2차 드래프트로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해 1년을 뛴 뒤 2016년 다시 두산으로 복귀했다. 2003년 1군에 데뷔해 통산 555경기에서 35승44패, 139세이브, 84홀드,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했다.
다음은 정재훈 코치와의 일문일답.
코치를 한 지 몇 개월 됐다. 그렇게 감회가 남다르진 않다. 울진 않을 것 같고, 영광스럽다. 요즘 은퇴식이 몇몇 선수 밖에 안한다. 소수의 선수들에게 거대하게 하는데, 물론 나로선 영광이다. 그래도 다른 선수들도 해줬으면 좋겠다. 구단에 감사하고 기분이 되게 좋다.
-오랜만애 잠실구장에 온 느낌음.
구단서 은퇴식을 해준다는 얘기들었을 때 하는구나 그랬는데, 막상 와보니 들뜨고 사인회도 하고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기도 하다. 팬분들이 선수할 때는 잘 하세요, 열심히 하세요, 경기 잘 봤어요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오늘은 애들 잘 가르쳐주세요, 코치님 수고하세요라고 말씀하신다. 그 말을 들으면서 '아 내가 코치지'라는 생각을 했다.
-선수 생활중 기억에 남는 순간은.
두 가지다. 마무리를 맡아서 첫 세이브를 했을 때, 그리고 그때는 아니었는데 이제와서 기억에 남는 게 마지막 경기서 공에 맞고 팔이 부러졌을 때다.
-가족과 처음으로 야구를 보고됐다는데.
되게 망설였다. 2군 코치인데 1군 경기를 가족이랑 봐도 되는지. 일단 가족도 많이 오고 지인들 많이 와서 다 보진 않더라도 5회까지 보고 갈 생각이다. 가족들은 고마워한다. 은퇴식을 그렇게 생각 안했었는데, 이렇게 해주시니 고맙다. 은퇴식보다는 팬들에게 '나 이제 그만합니다'라고 정식으로 알릴 수 있는 자체로도 행운이다. 나도 가족도 고맙게 생각한다.
-우승에 대한 미련이 있을텐데.
우승 때 현장에서 같이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 아쉬움은 있다. 그 미련과 아쉬움은 평생 가시지 않을거다. 지도자로서 우승하게 되더라도 그 나름으로 좋겠지만, 선수 때 아쉬움은 남아있을 거다.
-축하 인사는 많이 받았나.
우리 선수들, 코치들과 자주 연락하는데, 요즘 축하한다고 연락이 온다. 주변에서 알고들 많이 연락 주신다. 2군 코치들도 많이 축하해주신다고 했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야구 잘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공 잘 던진 투수로 기억되고 싶다.
-지도자 생활은.
상당히 어렵다. 마음같지가 않다. 선수들 성격이 다 다르고 성향도 다르다. 파악하고 맞춰서 지도해야 되고 쉽지 않은 것 같다. 어떤 지도자가 될 지는 글쎄. 1~2년 해보고 롤모델이라든가 뭔가 나올 거 같다. 지금 말하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두산 베어스란.
나에게는 직장이다. 야구 선수를 떠나서 대학 졸업하고 사회 첫발을 내디딘 곳이 두산이다. 잠깐 1년간 롯데에 있었지만 돌아왔을 때 반겨주고 다시 집에 돌아온 느낌이 가족같았다. 지금은 은퇴식까지 해주시고.
-은퇴를 결정할 때의 심정은.
많이 아쉽고 섭섭함이 컸다. 더 할 수,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지 않더라. 상실감이 컸다. 30년 가까이 해오던 일, 그 일이 길어지고 인생처럼 느껴지고 그랬는데, 순식간에 경력이 단절되고 그동안의 인생이 삭제되는 느낌이었다. 나 뿐 아니라 프로 1년을 했든 20년을 했든 차이가 있겠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했기 때문에 거의 인생 내내 해온 것 같은 느낌이기 때문에 상실감이 들었다.
-선수로서 몇 점을 주고 싶나.
80점? 노력했지만, 큰 시련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노력에 비해서 어느 정도 더 잘 풀린 것 같아서, 80점 정도 되지 않을까 한다.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너무 감사하다. 항상 응원해주고 관심주고, 격려한다는 게 어렵다는 걸 이제 느낀다. 쓴소리하는 게 너무 감사하다. 지도자가 됐기 때문에 두산에서 앞으로도 꾸준하게 강팀이 될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될 것이다. 지도자로 행복한 꿈을 꾸겠다. 야구장 많이 와서 응원해달라.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