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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정재훈의 다짐 "지도자로 행복한 꿈꾸겠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8-06-30 16:51


30일 잠실야구장에서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두산 정재훈 코치의 공식 은퇴식 행사가 열렸다. 동료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는 정재훈 코치.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6.30/

두산 베어스 불펜 마운드의 전설 정재훈(38)이 지도자가 돼서 다시 팬들 앞에 섰다.

두산은 30일 잠실구장에서 KIA 타이거즈와의 홈게임을 앞두고 정재훈 2군 투수코치 은퇴식을 거행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은 정재훈은 현재 두산 퓨처스리그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날 은퇴식이 열린다는 통보를 받고 가족과 함께 잠실구장을 찾았다.

정 코치는 "선수때는 몰랐는데, 은퇴하고 보니 팬들이 보내주신 관심과 응원, 격려, 따로는 쓴소리가 정말 감사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두산이 앞으로도 강팀이 될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 코치는 휘문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199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37번으로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2015년 2차 드래프트로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해 1년을 뛴 뒤 2016년 다시 두산으로 복귀했다. 2003년 1군에 데뷔해 통산 555경기에서 35승44패, 139세이브, 84홀드,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했다.

다음은 정재훈 코치와의 일문일답.

-뒤늦은 은퇴식인데, 소감은.

코치를 한 지 몇 개월 됐다. 그렇게 감회가 남다르진 않다. 울진 않을 것 같고, 영광스럽다. 요즘 은퇴식이 몇몇 선수 밖에 안한다. 소수의 선수들에게 거대하게 하는데, 물론 나로선 영광이다. 그래도 다른 선수들도 해줬으면 좋겠다. 구단에 감사하고 기분이 되게 좋다.

-오랜만애 잠실구장에 온 느낌음.


구단서 은퇴식을 해준다는 얘기들었을 때 하는구나 그랬는데, 막상 와보니 들뜨고 사인회도 하고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기도 하다. 팬분들이 선수할 때는 잘 하세요, 열심히 하세요, 경기 잘 봤어요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오늘은 애들 잘 가르쳐주세요, 코치님 수고하세요라고 말씀하신다. 그 말을 들으면서 '아 내가 코치지'라는 생각을 했다.

-선수 생활중 기억에 남는 순간은.

두 가지다. 마무리를 맡아서 첫 세이브를 했을 때, 그리고 그때는 아니었는데 이제와서 기억에 남는 게 마지막 경기서 공에 맞고 팔이 부러졌을 때다.

-가족과 처음으로 야구를 보고됐다는데.

되게 망설였다. 2군 코치인데 1군 경기를 가족이랑 봐도 되는지. 일단 가족도 많이 오고 지인들 많이 와서 다 보진 않더라도 5회까지 보고 갈 생각이다. 가족들은 고마워한다. 은퇴식을 그렇게 생각 안했었는데, 이렇게 해주시니 고맙다. 은퇴식보다는 팬들에게 '나 이제 그만합니다'라고 정식으로 알릴 수 있는 자체로도 행운이다. 나도 가족도 고맙게 생각한다.

-우승에 대한 미련이 있을텐데.

우승 때 현장에서 같이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 아쉬움은 있다. 그 미련과 아쉬움은 평생 가시지 않을거다. 지도자로서 우승하게 되더라도 그 나름으로 좋겠지만, 선수 때 아쉬움은 남아있을 거다.

-축하 인사는 많이 받았나.

우리 선수들, 코치들과 자주 연락하는데, 요즘 축하한다고 연락이 온다. 주변에서 알고들 많이 연락 주신다. 2군 코치들도 많이 축하해주신다고 했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야구 잘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공 잘 던진 투수로 기억되고 싶다.

-지도자 생활은.

상당히 어렵다. 마음같지가 않다. 선수들 성격이 다 다르고 성향도 다르다. 파악하고 맞춰서 지도해야 되고 쉽지 않은 것 같다. 어떤 지도자가 될 지는 글쎄. 1~2년 해보고 롤모델이라든가 뭔가 나올 거 같다. 지금 말하는 건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두산 베어스란.

나에게는 직장이다. 야구 선수를 떠나서 대학 졸업하고 사회 첫발을 내디딘 곳이 두산이다. 잠깐 1년간 롯데에 있었지만 돌아왔을 때 반겨주고 다시 집에 돌아온 느낌이 가족같았다. 지금은 은퇴식까지 해주시고.

-은퇴를 결정할 때의 심정은.

많이 아쉽고 섭섭함이 컸다. 더 할 수,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지 않더라. 상실감이 컸다. 30년 가까이 해오던 일, 그 일이 길어지고 인생처럼 느껴지고 그랬는데, 순식간에 경력이 단절되고 그동안의 인생이 삭제되는 느낌이었다. 나 뿐 아니라 프로 1년을 했든 20년을 했든 차이가 있겠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했기 때문에 거의 인생 내내 해온 것 같은 느낌이기 때문에 상실감이 들었다.

-선수로서 몇 점을 주고 싶나.

80점? 노력했지만, 큰 시련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노력에 비해서 어느 정도 더 잘 풀린 것 같아서, 80점 정도 되지 않을까 한다.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너무 감사하다. 항상 응원해주고 관심주고, 격려한다는 게 어렵다는 걸 이제 느낀다. 쓴소리하는 게 너무 감사하다. 지도자가 됐기 때문에 두산에서 앞으로도 꾸준하게 강팀이 될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될 것이다. 지도자로 행복한 꿈을 꾸겠다. 야구장 많이 와서 응원해달라.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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