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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예전 오승환(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순식간에 지워버리는 명쾌한 클로징. 답답한 가슴 속을 시원하게 쓸어내리는 듯한 청량감마저 느껴졌다. 삼성 라이온즈 마무리 투수 심창민이 20일 대구 SK전에 보여준 모습은 흡사 '마무리는 이래야 한다'는 걸 웅변하는 듯 했다. 그만큼 오랜만에 KBO리그에서 나온 압도적 클로징 투구였다.
모든 상황이 심창민에게는 불리했다. 9회에 동점 주자까지 나가있는 노아웃 상황에 클린업 트리오를 상대해야 한다. 그 어떤 마무리 투수라도 신경이 곤두설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심창민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해보였다. 자신의 구위에 대한 강력한 확신으로 무장한 얼굴. 그리고 이런 자신감은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이어졌다. K-K-K
심창민은 첫 상대인 로맥을 3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대타 최 항도 7구째에 헛스윙 삼진, 마지막 이재원마저 공 4개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투구수 14개로 간단히 팀의 승리를 지켜낸 것이다. 모처럼 목격한 압도적 마무리의 위용이었다. 갑자기 오승환이 떠오른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비록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엔트리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올해 심창민은 개인 커리어하이 시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33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2.63에 4승 4홀드 9세이브를 기록중이다. 아직 패전 기록이 없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실력과 운이 모두 따른 결과다. 비록 전천후로 나온 탓에 세이브부문에서는 공동 5위에 머물고 있지만, 팀 공헌도는 그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새삼 대표팀 탈락이 더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