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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고졸 루키 양창섭이 역사를 만들었다.
어린 사자가 가장 타선이 좋은 KIA를 만나 데뷔전을 치렀다. 전날 무려 17득점을 했던 무시무시한 타격의 KIA에 양창섭이 얼마나 잘 던질지는 야구팬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양창섭은 실력으로 자신의 진가를 확인시켰다. 최고 146㎞의 빠른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등 다양한 구종으로 KIA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제구가 좋아 가운데로 몰리지 않고 구석구석을 찔러 KIA 타자들을 당황시켰다. 처음 보는 투수가 여러 구종을 잘 던지니 KIA 타자들이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고, 허리가 빠진채 방망이로만 툭 갖다대는 모습도 여러번 나왔다.
역대 KBO리그에서 고졸 신인 투수가 개막 5경기 이내에 선발 투수로 나온 것은 양창섭이 22번째다. 삼성 선수로는 처음이다.
이 중 5이닝 이상 던진 경우는 양창섭이 10번째고, 승리 투수의 환희를 느낀 선수는 정민철(1992년 빙그레) 김진우(2002년 KIA) 오주원(2004년 현대) 류현진(2006년 한화) 임지섭(2014년 LG)에 이어 6번째다. 무실점 승리를 한 경우는 류현진(2006년 한화 7⅓이닝 무실점) 이후 두번째였다.
고졸 신인이 데뷔전서 승리투수가 된 것은 김태형(1992년 롯데)과 김진우 류현진 임지섭 하영민(2014년 넥센)에 이어 6번째다. 정민철과 오주원은 선발 등판 이전 중간계투로 등판한 적이 있어 데뷔전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다.
양창섭은 삼성의 고졸 신인으로는 처음으로 개막 로테이션에 들어가 선발로 나섰고, 데뷔전서 승리투수가 된 첫번째 인물이 됐다. 18세 6개월 6일에 승리투수가 돼 데뷔 첫 경기 선발 승리 최연소 신기록을 달성했다.
경기후 양창섭은 "오치아이 코치님께서 경기전에 '마운드에 올라가면 신인답게 많이 맞아보라'고 하셨고, 그대로 따르려고 노력했다. 강민호 선배님의 로케이션대로 던지려 했고, 무조건 세게 던진다기 보다는 컨트롤 위주로 변화구에 신경쓰면서 던졌다"고 했다.
위기에서도 잘 헤쳐나간 것에 대해 양창섭은 "스스로 멘탈이 강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주자가 나갔을 때도 이미 나간 주자에 신경쓰기 보다 타자와 승부하는데 집중했다"면서 "위기 상황에선 뒤에 있는 형들을 믿고 맞더라도 승부를 보겠다고 생각하고 던졌다"라고 했다.
데뷔전서 승리투수가 되면서 1라운드 1순위로 KT에서 뛰고 있는 강백호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양창섭은 "강백호는 특별히 의식하지는 않는다. 경기를 치르다 보면 언젠가 붙을 것 같다"고 했다. "오늘의 가장 큰 소득은 공 갯수를 줄인점이다"라며 "다치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던지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광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