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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기분 좋은 승리였다. 많은 이유가 있다.
kt는 1회 선발 라이언 피어밴드의 난조로 2점을 내주며 끌려갔다. 하지만 역전의 시발점은 3회 터진 강백호의 솔로포였다. 막내가 친 추격포에 선배들도 집중하고 힘을 낼 수 있었다.
강백호는 프로 첫 타석에서 리그 최강 선발 헥터 노에시로부터 좌월 솔로포를 때렸다. 헥터의 직구를 밀어쳐 담장을 넘기는 힘을 보여줬다. 프로 출범 이후 개막전 신인 첫 타석 홈런은 2번째, 그리고 고졸 선수로 개막전 신인 첫 타석 홈런은 첫 번째 기록이었다.
로하스의 연타석 홈런
지난 시즌 대체 선수로 합류한 멜 로하스 주니어. 빠른 스윙 스피드로 짧은 기간 18홈런을 쳐내며 재계약에 성공했다.
로하스는 새 시즌을 앞두고 홈런을 더 치겠다며 엄청난 근육남이 돼 스프링캠프에 돌아왔다. 한눈에 봐도 몸이 커진 게 느껴질 정도. 로하스의 노력은 개막전부터 달콤한 결실을 맺었다. 두 번째 결승포 포함, 두 방의 솔로포로 팀을 구했다. 홈런 모두 운이 아니었다. 낮게 제구가 잘된 공들을 제대로 걷어쳤다. 윤석민과 황재균이 중심타선에서 제 몫을 해준 가운데, 로하스가 이런 괴력을 계속해서 보여준다면 kt의 중심타선은 리그에서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을 수 있다. 불펜 심재민 난조로 결승타는 되지 않았지만, 새롭게 가세한 황재균이 6회 결승타가 될 뻔한 적시타를 때려낸 것도 호재였다.
헥터 상대 8연패 탈출
kt는 헥터만 만나면 주눅들었다. 그동안 8번 만나 모두 졌다. kt전 헥터 등판은 KIA 승리 공식이 성립될 뻔 했다.
경기 초반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kt 타자들이 헥터 공에 전혀 대처 하지 못했다. 헥터의 공이 좋은 것도 있지만, 타자들이 그동안의 약세에 약간은 움츠러든 모습을 보인 것도 있었다.
그런데 입단 기자회견에서 "헥터 공을 쳐보고 싶다"고 자신있게 말하던 막내 강백호가 보란 듯이 홈런을 때려내자, 선배들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그 무섭던 헥터를 무너뜨렸다. 시즌을 치르며 헥터와 3~4차례 더 만날 수 있다. 개막전에서도 밀렸다면, 그 경기들의 전망도 어려울 수 있었겠지만 승리를 따내며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향후 순위 싸움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8회 이상화 마무리 강수
kt는 1점차로 앞서던 8회 필승조 이상화를 올렸다. 이상화는 2사 후 김주찬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이했다.
만약, 김진욱 감독이 승리에 집착했다면 좌완 불펜을 올렸거나 마무리 투수를 조기투입 했을 수도 있다. 다음 타자가 3번 좌타자 로저 버나디나였다. 이미 멀티히트를 때리고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상화 카드를 밀고 나갔다. 이상화는 버나디나를 투수 땅볼로 유도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kt는 지난 시즌까지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는 모든 힘을 쏟아 부었다. 상황에 맞춰 투수를 총동원했다. 그렇게 이기는 경기도 있었지만, 승리에 실패하면 이어지는 후폭풍이 너무 강했다. 김 감독은 다른 강팀들이 하는 것 처럼, 8회를 책임질 필승조 이상화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9회에도 마무리로 등판한 엄상백이 선두 최형우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끝까지 밀고 나갔다. 개막전 승리로 이상화, 엄상백이 자신감을 갖고 앞으로의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불펜 운용 시스템도 확고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딱 하나의 옥에 티, 피어밴드
다 좋았다. 하지만 딱 하나 아쉬운 게 있었다. 선발 라이언 피어밴드다.
피어밴드는 1회 난조를 보였지만 이후 안정을 찾고 5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승리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6회 불펜 심재민이 동점을 허용하며 승리가 날아갔다.
피어밴드는 지난해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차지하며 선발진 기둥 노릇을 했지만, 승수는 8승에 그쳤다. 득점 지원도 못받고 불펜과 수비 불안으로 날린 승리가 많았다. 그 불운이 이번 시즌 개막전부터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2실점을 한 심재민이 행운의 승리를 따냈다. 심재민은 kt에서 핵심 불펜 역할을 해줘야 할 선수다. 개막전 악몽을 잊고 정상궤도로 돌아와줘야 kt 불펜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