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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 김진욱 감독 "고영표도 선발 계산에 없다" 왜?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2-18 07:34



"고영표, 주 권도 아직 계산에 없다."

kt 위즈 김진욱 감독이 진짜 독해진 느낌이다. 선수들에게 던지는 메시지 하나, 하나가 강력하다.

김 감독은 두산 베어스 감독 시절부터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유명했다. 해설위원 일을 할 때도, 지난해 kt 감독 부임 첫 시즌에도 선수들을 감싸고 싫은 소리를 한 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꼭 성적을 내야하는 올시즌을 앞두고는 조금 달라졌다. 신년결의식에서부터 "올해는 스스로 해야 할 것을 찾지 않으면 kt 유니폼을 입고 설 자리가 없어질 것", "악착같이 해서 상대가 우리를 부담스러워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선수는 1군에 있기 힘들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안정적으로 기회를 받던 유망주들에게도 "올해는 그럴 일이 없을 것이다. 실력이 안되면 기회도 없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김 감독의 이런 자세는 큰 변화가 없다. 김 감독은 "고영표와 같이 성장한 선수가 있어 선발진 계산에 어느정도 도움이 되겠다"는 말에 "고영표도 아직 내 계산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고영표는 지난해 25경기 8승12패를 기록하며 선발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패수가 더 많았지만 kt의 타력과 수비력이 조금만 더 뒷받침 됐다면, 시즌 도중 부상만 없었다면 10승 이상도 충분했다. 운이 아닌 구위로 선발 경쟁력을 입증한 케이스다. 싱커가 워낙 좋고, 제구가 안정적이기에 올해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은 선수다.

하지만 김 감독은 "라이언 피어밴드, 더스틴 니퍼트 외에 정해진 선발은 없다"고 말하며 "고영표도 안심하면 안된다. 젊은 선수들은 언제, 어디로 튈 지 모른다. 벌써 로테이션 계산에 넣었다가, 갑자기 문제가 발생하면 그 때 수습이더 힘들어진다. 시범경기 마지막까지 공정하게 기회를 주고, 그 기회를 잡는 투수가 선발"이라고 말했다. 실제, 유력한 선발 후보로 꼽히던 좌완 정성곤이 어깨 통증으로 인해 조기 귀국했다.

감독의 이런 발언에 선수들은 더욱 긴장하며 시즌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밖에서 볼 때는 고영표와 함께 제구가 안정적인 주 권이 경쟁에서 앞서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후보들도 언제든 치고 나갈 수 있다. 파워피처 류희운, 좌완 박세진이 있고 신인 김 민도 150㎞에 가까운 강속구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불펜에서만 주로 활약하던 고창성도 선발 경쟁에 합류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여기에 김 감독은 "배제성이 히든카드가 될 수 있다"며 그를 잘 지켜보라고 당부했다.


김 감독의 고민이 엿보인다. kt는 지난 시즌 훌륭한 투구를 한 피어밴드가 건재하고, 에이스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니퍼트까지 가세하며 전력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3~5선발은 지난 3년간 기회를 받았던 그 선수들이 어떻게든 자리를 채워야 한다. 이 세 자리 중 한 자리 정도라도 확실한 선수가 새롭게 가세해준다면 김 감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1~3선발 체제에서 나머지 4, 5선발 경쟁을 시킬 수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5자리 중 3자리가 불확실한 건 긴 시즌 큰 위험 요소를 안고있는 것으로 냉철하게 보고있다.

과연, kt의 개막 선발 로테이션은 어떻게 구성될까. 선발진 구성에 kt의 2018 시즌 운명이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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