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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KIA 타이거즈)의 계약을 바라보는 정근우의 마음은 어떨까.
구단이 베테랑 FA들에게 자주 꺼내는 카드가 '나이'다. 그런데 1982년 생인 정근우는 김주찬보다 1살이 어리다. 그리고 구단들이 또 얘기하는 '건강'에서도 김주찬보다 다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지난 시즌에는 무릎 관절경 수술 후유증과 불운의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105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그 전 세 시즌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125-126-138경기를 뛰었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이 뛴 선수였다. 반면, 김주찬은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130-122경기를 소화하기는 했지만,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47-100-98경기 출전에 그쳤다. FA 자격을 재취득하는 데 5시즌을 보내야 했다. 김주찬은 햄스트링 부위 등 잔부상이 많았다. 정근우은 2016년 말 수술을 받은 무릎 외에는 특별히 아픈 곳이 없었다.
성적도 마찬가지다. 2016년 타율 3할4푼6리-23홈런-101타점을 기록하고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김주찬이 못했다는 게 아니라, 정근우도 크게 밀리지 않게 잘했다. 2015년부터 3년 연속 3할 타율에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렸다. 도루의 경우 수술 후유증으로 지난해 6개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2016 시즌까지 11시즌 연속 20도루 이상을 기록했다. 정근우는 수술 후 시간이 지난만큼 올해는 도루수를 더욱 늘릴 수 있다고 자신한다. 점점 반경이 좁아진다는 2루 수비도 아직 안정적이다. 정근우로서는 이런 비교잣대를 들이댔을 때, 자신도 3년 이상의 계약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선수라고 주장할 수 있다.
반대로 한화는 2014년 정근우-이용규 영입을 시작으로 큰 돈을 썼지만 늘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프로 선수라면 개인 성적 못지 중요한 게 팀 성적이다. 혼자 잘해도, 팀 성적이 안좋으면 더 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70억원의 돈을 받은 4년 간 팀이 한 번도 가을야구를 못한 것에는, 분명 주축 선수로서 책임이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화는 한용덕 신임 감독을 선임하며 '리빌딩'을 천명했다. FA들에게 무작정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첫 협상 사례가 되는 정근우 계약에서 자신들의 의지를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무릎 수술 후 떨어진 기동력이나 순발력 등에도 의문 부호를 붙이는 중이다.
어느쪽이 맞다고 쉽게 손을 들어주긴 어렵다. 선수의 말도 일리가 있고, 구단도 운영 철학이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정근우를 원하는 팀이 나오지 않는 한, 협상은 구단이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여기서 걱정이 되는 건, 울며 겨자 먹기로 도장을 찍은 선수가 과연 얼마나 의욕을 갖고 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선수 입장에서 제대로 협상도 해보지 못하고 일방적 통보 형식으로 도장을 찍게 되면, 마음에 앙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