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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뛰어넘기, 박병호의 무기는 실패 경험과 32세 나이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1-10 13:19 | 최종수정 2018-01-10 21:03


박병호와 이승엽. 허상욱 기자

허상욱 기자

넥센 히어로즈로 복귀하는 박병호가 9일 귀국해 그랜드 하얏트 인천에서 공식 환영식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을 마친 박병호가 인사를 하고 있다. 인천공항=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8.01.09/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32)가 알을 깨고 세상밖으로 나오기 전까지, 많은 야구팬이 등번호 '52'하면 한화 이글스 김태균(36)을 떠올렸다. LG 트윈스 시절 존재감이 희미했던 '유망주' 박병호, 그가 '히어로즈 4번 타자'로 홈런을 마구 쏟아내면서, 52번를 상징하는 주인이 바뀌었다. 팬들은 환호했다. 이만수와 장종훈, 이승엽으로 이어지는 한국 프로야구 홈런타자 계보를 잇는 히어로의 등장. 이만수는 3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고, 장종훈은 한시즌 첫 40홈런을 때렸으며, 이승엽은 50홈런 시대를 열고 56홈런을 쏘아올렸다. 대선배들 처럼 박병호는 사상 첫 2년 연속 50홈런, 4년 연속 홈런왕으로 선명한 발자국을 남겼다. 그런데 박병호는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인 선수다. 올해 만 32세. 선수로서 절정으로 치닫는 나이, 앞으로 보여줄 게 많은 연차다.

다들 궁금해 하다. 돌아온 박병호는 과연 어디까지 뻗어갈까. 이승엽의 통산 467홈런을 넘어, 500홈런까지 가능할까. 여러가지 면에서 이승엽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박병호다.

2016년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까지 박병호는 9시즌, 868경기에서 210홈런을 때렸다. 이승엽의 KBO리그 통산 최다 홈런까지 -257개. 숫자를 보면 아득히 멀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쌓아온 기록을 한참 넘어야 한다. 이승엽처럼 41세까지 선수로 뛴다면, 주어진 시간은 10시즌. 10년 간 매년 25개 이상을 쳐야 한다. 큰 부상없이 꾸준한 활약이 필요하다.

이쯤에서 이승엽이 걸어온 길을 더듬어 보자. 고교 졸업과 함께 19세에 데뷔한 이승엽은 9시즌을 뛰면서, 324홈런을 치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28세에 일본에 진출해 타자로서 절정의 시기를 보내며 좌절과 영광을 모두 맛봤다. 일본생활 8년을 뒤로하고 36세에 복귀한 이승엽은 이후 6년 간 143홈런, 평균 23.8홈런을 생산했다. 이 기간에 5차례 20홈런을 넘기고, 2014년엔 32개를 쳤다.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클래스는 변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박병호의 복귀 시점이 이승엽보다 4세 젊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펼쳐질 그림이 보인다. 아쉬움이 컸던 지난 2년 간의 미국생활이 박병호의 새로운 도전에 힘이 될 것이다.

해외진출 직전까지 두 홈런타자의 홈런 역량, 수치는 비슷했다. 이승엽은 2000~2003년 4시즌에 178개, 박병호는 2012~2015년 4시즌 동안 173개를 쳤다. 4년 간 평균 43~44개. 기록이 엇비슷해도 정점으로 치닫은 시점은 약간 차이가 있다. 이승엽이 데뷔 초기부터 꾸준하게 최고 타
송정헌 기자
자로 성장한 반면, 박병호는 트윈스에서 히어로즈로 이적한 후 폭발했다. 박병호는 풀타임으로 뛰 첫 시즌부터 무섭게 치고올라갔다. 2012년 31개로 시작해 이후 37, 52, 53홈런을 때렸다. 매년 홈런이 증가했다는 걸 주목해야 한다. 풀타임 첫 시즌부터 시작해 4년 연속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고 꾸준함을 증명하며, '박병호 시대'를 알렸다.

일본 진출 직전 시즌인 2003년 56개를 때린 이승엽이나, 2015년 53개를 친 박병호 모두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다만, 한국 프로야구 공백기간이 짧은 박병호가 30대 중반을 넘겨 돌아 온 이승엽보다 최고 시기를 길게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3시즌 연속 50홈런 뿐만 아니라, 한시즌 최다 홈런 기록까지 노려볼 수 있다. 물론, 상대적으로 펜스까지 거리가 짧은 목동야구장에서 고척 스카이돔으로 바뀐 홈구장 등 달라진 환경에 적응한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지난 2년간 겪은 시련, 실패가 소중한 경험이 됐을 것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의 계기, 자양분이 될 수 있다. 빠른 스피드에 고전해야 했던 메이저리그와 비교해보면, KBO리그는 만만하게 다가올 것이다.


박병호는 9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이승엽 선배가 같이 뛸 때 좋은 얘기를 해주셨고, 자기 기록을 꼭 깼으면 하는 바람을 전달해주셨다"고 했다. 이승엽은 "박병호가 내 기록을 깨줬으면 좋겠다. 박병호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박병호의 2018년 새 시즌, 앞으로가 궁금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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