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두산의 파격 선수 정리가 전하는 메시지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7-11-27 15:41


고원준. 스포츠조선 DB.

'정'과 '의리'라는 가치에 익숙해진 한국 프로야구 문화에 두산 베어스가 던진 메시지는 '객관적 냉철함'이다. 실력과 가능성을 명확한 지표로 측정해 기준에 못 미치면 망설임 없이 결별을 통보했다. 어쩌면 베어스가 지속적으로 원활한 세대교체에 성공하면서 '화수분 야구'의 팀 컬러를 지니게 된 원동력일 수 있다.

겨울 한파가 매섭지만, 두산의 결정도 이에 못지 않았다. 두산은 지난 26일 고원준과 이용호, 안규영, 홍영현, 조승수, 이정호, 진야곱(이상 투수), 김진형(외야수) 등 7명의 선수에 대해 보류선수 명단 제외를 통보했다. 이는 한 마디로 내년 시즌에 함께 가지 않겠다는 통보다. 더불어 외국인 선수 3명(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 닉 에반스)도 제외됐다. 니퍼트와는 재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보우덴과 에반스는 재계약 의사를 철회했다.

어떤 면에서는 너무나 비정한 결정 같기도 하다. 방출 통보를 받은 국내선수들이 모두 20대 중·후반의 젊은 선수들이기 때문. 이용호 안규영이 이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데 1988년생으로 내년 시즌에 만 30세가 된다. 아직도 얼마든지 기량을 꽃 피워볼 만한 나이다. 다른 선수들은 더 어리다. 그러나 두산의 결정은 단호했다.


진야곱.스포츠조선DB
이런 결정에는 철저한 '비즈니스적 가치 평가'가 담겨있다. 프로야구는 자선 사업이 아니고, 선수는 구단의 자산이다. 때문에 구단은 명확한 기준으로 가치를 매겨 그에 합당한 연봉을 선수에게 준다. 그리고 선수는 자기가 받은 연봉 만큼의 실력을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즉, 자산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면 구단의 외면을 받는 게 현실이다.

구단은 무한정 선수를 떠안고 갈 수 없다. 1군 엔트리는 한정돼 있고, 2군이나 육성군도 막무가내로 규모를 키울 순 없다. 운영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 좁은 테두리 안에서 선수들끼리 실력을 무기로 무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 냉정한 사회다. 이번에 방출 통보를 받은 선수들 역시 함께 하기엔 다른 선수들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고 평가받았을 뿐이다. 나이나 이전의 경력은 중요하지 않다.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비통하고 서운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냉정함이야 말로 두산이 지속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건강한 경쟁력을 지니게 만든 원동력이다. 사실 이런 단호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선수 머릿수만 늘리다 결국 세대교체에 실패한 팀들이 부지기수였다. 최근 수 년간 하위권에서 허덕인 팀들의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게다가 단호한 결정이 선수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부여하는 일일 수도 있다. 어차피 쓰지도 않을 거라면 괜히 묶어두는 것보다 자유롭게 시장에 풀어주는 편이 선수들에게는 낫다.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새 팀에서 절치부심해 반전을 만들면 된다. 이 겨울에 느낀 서러움을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방출된 설움을 딛고 리그 최고의 타자로 거듭난 KIA 타이거즈 최형우의 사례도 있다. 자기 이름 앞에 '프로선수'라는 타이틀을 단 이상, 남 탓을 할 것 없다. 실낱 같은 기회라도 붙잡아 다시 증명하면 된다. '당신들이 틀렸다'고.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KBL 450%+NBA 320%+배구290%, 마토토 필살픽 적중 신화는 계속된다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