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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단체경기지만 경기시간 대부분이 투수와 타자의 1대1의 대결로 진행되기 때문에 팬들도 그 2명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드물게 투수나 타자가 아닌 포수의 포구 동작을 아슬아슬하게 주목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팀에 긴급사태가 생겼을 때다.
넥센에 남은 야수는 단 한 명, 내야수 김지수 밖에 없었다. 올해 비슷한 상황에서 SK 내야수 나주환이 포수로 변신한 적이 있지만, 이날은 보다 긴박한 동점 상황의 9회말이었다. 끝내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전문 포수가 아닌 김지수가 마스크를 써야 했다. 만일 경기가 연장 12회까지 가게 된다면 4이닝 동안 김지수가 포수를 봐야 하는 것이었다.
"포수는 중학교 3학년 때 한 적이 있고 작년에는 이런 일이 생기면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올해는 준비를 안했고, 포수가 3명인 상황에서 이런 상황이 온다고 상상도 못했지요."
김지수는 벤치에서 받은 사인을 투수에게 보냈고, 미트 위치는 큰 움직이 없었고 구종에 따라 무난하게 공을 잡았다. "원바운드 공을 무릎으로 블로킹해야 하는데 내야수 습관 때문에 먼저 손이 나오기도 했어요. 하지만 2루 송구를 재빨리 할 수 있는 자신은 있었습니다."
김상수-김지수 배터리는 9회말 손시헌에 2루타를 맞았지만 실점하지 않아 경기는 연장으로 들어갔다. 10회말 수비서 넥센은 무사 1루에서 이날 5안타를 친 스크럭스를 삼진처리하는 등 고비 하나를 넘겼다.
그러나 투수가 오주원으로 바뀐 뒤 1사 1,2루서 김주완에 끝내기 안타를 얻어맞아 경기는 넥센의 패배로 끝났다. 이때 김지수는 바깥쪽에 앉아 포구할 준비를 했지만, 오주원의 공은 한복판으로 몰렸다. "정말로 이기고 싶었어요". 김지수는 그렇게 회고했다.
이날 김지수의 포수 모습을 영상으로 본 한화 이글스 이성열은 "포수는 어렸을 때부터 준비해야 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수는 어색했지만 문제없이 잘 한 것 같다"고 평했다.
일본 야구팬이라면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2009년 페넌트레이스 우승 경쟁이 한창이던 시점, 연장 12회 1점차 리드 상황에서 내야수 기무라 다쿠야를 포수로 기용해 승리를 지킨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이번 김지수의 경우는 그 유명한 장면보다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날 넥센이 최소한 무승부를 기록했더라면 넥센은 포스트시즌 가능성을 좀 연장시킬 수 있었기에 "이기고 싶었다"는 김지수의 말에는 아쉬움이 크게 묻어났다.
긴급 상황에서 나와야 되는 '급조' 포수. 갑작스럽게 주목을 받게 되지만, 당사자는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단체경기 본래의 모습을 담고 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