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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희비를 가르는 극적인 한 방이었다. 올시즌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기억될 지 모른다.
2연전 중 첫 경기가 더 중요했다. 이날 승리를 거뒀다면 승차를 1경기로 좁히는 데 이어 1일 두 번째 경기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에게 바통을 넘길 수 있었다.
9회까지 3-1 리드. 승리를 다잡은 듯 했다. 하지만 9회초 믿지 못할 장면을 봐야했다. 상대 고종욱의 만루홈런이 터지고 말았다. LG 덕아웃과 관중석은 일순간 침묵에 빠졌고, 3루쪽 넥센 덕아웃과 응원석은 마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처럼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하지만 이날 고종욱의 만루포는 다른 경기에서 얻어맞은 결승타보다 몇 배 더 커보인다. LG에 엄청난 충격을 준 한방이었다. 넥센 20경기, LG 27경기를 남겨놓은 시점이라 아직 속단할 수는 없지만 3경기 차이는 좁히기 쉽지 않은 차이다.
승차를 떠나 넥센의 기를 살려준 게 더욱 뼈아프다. 넥센은 이날 승리로 4연승을 질주하게 됐다.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 넥센의 상승세가 1일 경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LG가 허프를 내세운다고 하지만, 넥센도 구위가 좋은 브리검을 선발로 내세우기 때문에 대등한 선발 싸움만 이뤄진다면, 분위기상 넥센이 더 좋은 야구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게 되면 3경기 승차는 4경기로 더 벌어진다. 고종욱의 극적인 만루홈런 한방이 넥센의 한 해 농사를 풍년으로 물들이고, LG의 시즌 농사를 흉작으로 만들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지 모른다.
이날의 영웅 고종욱은 경기 후 "중요한 상황에 나온 만루홈런이라 뿌듯하다. 사실 얼떨떨하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기뻐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